월가에 퍼지는 미국·일본 밀약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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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의 모 은행에 따르면 한 곳의 일본 은행으로부터의 주문량이 최근 하루 5억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덕분인지, 일본은 최근 발표된 미 재무부 통계에서 중국을 제치고 다시 2년여만에 미국 국채보유국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의 미 국채 보유액은 전달보다 219억달러 증가한 1조120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보유액(1조1100억달러)을 넘어섰습니다.
일본은 지난 5월에도 370억달러 규모를 더 사들였습니다. 두 달간 미 국채 순증분이 6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겁니다.
특히 일본의 미 채권 매수가 과거와 다른 건 MUFG, 스미토모 등 대형 은행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겁니다.원래 일본의 보험사들은 미 국채와 모기지 시장의 전통적 큰 손이지만 은행들이 이렇게 많은 규모를 사들이는 건 드물었다고 합니다.
뉴욕 금융시장에선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우선은 미국의 채권 금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인 만큼 합리적 판단이란 일반적 분석입니다.현재 전세계 채권 중 16조달러 규모가 네거티브 금리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미국도 수년내로 제로 금리까지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보수적 일본계 은행들도 10년물 미 국채가 적어도 10년내에는 연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수준의 금리는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월가의 한 트레이더는 "트럼프가 가장 원하는 건 일본이 국채와 농산물을 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미 중앙은행(Fed)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금리를 내리라는 겁니다.
이런 Fed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시장 금리가 계속 낮아져 자신들의 영향력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시장 금리가 내려간다면 어쩔 수 없이 Fed도 기준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지요.
일본이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대량으로 산다면 미국의 시장 금리는 계속 떨어질 겁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가 올해 발행을 예고한 국채가 8000억달러 규모가 넘습니다. 이런 국채 발행을 앞두고 금리가 내려간다면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금상첨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독일 정부가 10년물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한 데 대해 매우 부러워했습니다.
농산물 구매는 거의 얘기가 끝난 듯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면서 가장 아픈 게 중국의 농산물 구매 중단입니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미 중부의 농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니까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일 미국과 일본 간 무역협상이 이르면 다음달 타결될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자동차 및 공업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고, 일본은 미국에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기로 거의 합의했다는 내용입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4~2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린 뒤 오는 9월17일 유엔 총회에서 타결을 선언하는 게 유력하다고 전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이처럼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미국은 기본적으로 한일 갈등에 개입하길 원치 않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중립적 개입을 바라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