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日언론 "협력 전제인 신뢰 붕괴 의미…안보불안 초래"

"북·중·러가 환영할 것"…'한국 국내정치 국면 전환용' 분석도
"역사문제로 시작한 통상대립, 안보협력까지…관계회복 실마리 상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일 안보 협력의 전제인 신뢰 관계 붕괴를 상징한다고 일본 언론은 평가했다.도쿄(東京)에서 판매되는 6개 주요 일간지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23일 조간 머리기사로 실었으며 역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경제 영역에서 심화한 뒤 안보 분야까지 확대했다는 분석 등을 내놓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안전보장상 협력의 대전제가 되는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일 관계의 악화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안전보장 환경도 변화시킬지도 모르는 심각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한일 갈등이 고조하는 가운데 러시아 정찰기가 독도 인근의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건을 거론하며 "일미한(日美韓)의 보조가 흐트러지는 것을 환영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일 것"이라며, 이런 기회를 노려 한국과 일본을 더욱 갈라놓으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아사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부 때도 한일 관계가 악화했으나 방위 협력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면서 양국이 여론 등을 의식해 대응 조치를 거듭하는 가운데 "아시아의 안전보장 환경에도 불안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역사 문제에서 시작해 격화한 일한의 대립은 통상 분야에 이어 안보상의 협력 관계로까지 영향을 확대했다"며 기존에는 예외였던 영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일본이 징용 문제 등으로 격하게 대립해도 안전보장 협력은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생각했다는 익명의 해상자위대 간부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일본 정부는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대립의 고차원화를 걱정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폭언에 대해 비슷한 어조로 대응하는 것처럼 감정적인 대응으로 그간 안전보장 협력의 축적을 무너뜨리고 마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이번 사안이 양국 관계에 타격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나 중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안전보장의 기반이 돼 온 일·미·한 3국의 연대를 흔드는 사태"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한국 국내 정치를 연결 지었다.이 신문은 "21일 베이징 교외에서 열린 고노(河野) 외무상과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의 회담에서는 지소미아 파기를 회피하는 생각으로 일치했다"면서 "파기를 단행한 것은 국내 정치에서 곤경에 직면한 문(재인) 정권이 국면 전환을 꾀한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딸을 대학 등에 부정 입학시켰다는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며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문제를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연결시켰다.

도쿄신문은 "안전보장 협력의 상징이 무너져 없어졌다"며 "일한 양국은 악화한 관계를 개선할 실마리를 잃었다"고 규정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이번 사건이 한미일의 안전보장 협력이 약화하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일본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안보상 일·미·한 협력을 와해시킬지도 모르는 중대한 선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로 인해 한일 안보 협력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의 약화를 바라는 "북한이나 중국을 기쁘게 할 어리석은 짓이며 매우 유감"이라는 '주장'(사설 성격의 글)을 싣기도 했다.

일본 주요 일간지들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파기'라고 표현하고 있다.하지만 협정 유효기한이 만료한 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므로 파기가 아니라 '종료'가 적합한 표현이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