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OTT는 꿀 바른 칼…혀 베이기 전 직접 양봉해야"

방송학회 세미나…"앙숙인 방송-통신사 협업에 정부도 지원해야"
넷플릭스를 위시한 글로벌 실시간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의 국내 진출과 점령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의 투자 의존도를 심화해 하청기지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지상파 토종 OTT '푹'(POOQ)과 SKT '옥수수'를 결합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의 김용배 커뮤니케이션부장은 23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련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김 부장은 특히 넷플릭스에 대해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 지난 6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192%의 성장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단순 론칭뿐만 아니라 국내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 국내 방송 콘텐츠와 통신사 제휴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넷플릭스 외에 디즈니(11월 서비스 시작), 애플TV플러스, HBO맥스 같은 해외의 '거대한 항공모함'들도 출항을 준비 중이다.

김 부장은 "국내시장을 미국 OTT의 전쟁터로만 내어줄 수 없다"며 "글로벌 OTT가 제작 투자와 유통 활성화, 제작사 역량 상승, 글로벌 유통 판로 확보 등의 순기능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의존도를 심화하고 제작사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동시에 다양성도 위축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운동장은 기울어졌다"고 전제한 뒤 "국내 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각자 콘텐츠와 기술을 뽐내며 경쟁하지만 글로벌 OTT 입장에서는 '꼬마들 장난'으로 보일 수 있다.글로벌 OTT에 대해 '꿀 바른 칼을 핥는다'는 표현도 있듯, 혀를 베이기 전에 우리도 직접 양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은 결국 콘텐츠에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예능, K-팝(POP)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의 호응도가 높은 점을 고려, 미디어들이 연대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최근 콘텐츠연합플랫폼이 탄생했다.

김 부장은 "앙숙이었던 방송사와 통신사가 손잡은 것만으로도 미디어산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럽이 미국 OTT의 세금 회피를 차단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국내 OTT 육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에 이어 유건식 KBS 방송문화연구소 팀장은 국내 미디어 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 문제와 장벽, 대안에 대해 발제했다.

유 팀장은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 시 장벽으로 표준 제작 시스템 미비, 저작 인접권료 비율 과다, 콘텐츠 공급 과잉, 수출 창구 분산, 일본 등 정치적 이슈에 따른 과도한 영향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는 없겠으나 꾸준한 관계는 유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빙과 번역비 지원, 수출용 저작권 확보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어진 토론에는 김종원 SK브로드밴드 상무, 김종하 한라대 교수, 김희경 성균관대 교수, 임석봉 JTBC 정책팀장, 홍종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팀장이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