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노딜도 준비"…中, 美와 장기전 각오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곧 발표
백악관은 "내달 워싱턴서 협상"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 합의에 이르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고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대변하는 매체로 평가받는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22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홍콩 시위와 무역협상을 연계하려는 미국 정부 압박에 중국 지도부 곳곳에서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후 편집장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연이은 관세 부과에도 중국을 굴복시키는 데 실패하자 미국 정부는 중국 인권 상황과 홍콩 시위를 잇따라 비판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對)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격렬하게 요동치는 미·중 관계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은 담담하게 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맞서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unreliable entities)’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리스트에는 미국 페덱스와 영국계 은행 HSBC, 록히드마틴 등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중 무역협상팀이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중국 협상팀과 전날 전화협상을 했다”며 “중국 협상팀이 9월에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여전히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협상을 끝냈고 오는 9월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중 무역갈등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지면서 무역협상 재개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커졌다.

커들로 위원장은 양측이 향후 다시 한번 전화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전하면서도 추가 전화협상과 9월 워싱턴DC 협상의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