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로 번진 'NO 조국' 촛불 집회

촛불 든 전국의 대학생들

딸 논문·부정입학 의혹 확산에
서울대 "조국, 장관 후보 사퇴를"
고려대 "입학과정 진상규명 촉구"
단국대·부산대도 집회 개최 움직임
< “조국 딸 의혹 명백히 밝혀라” > 고려대 학생 500여 명이 23일 서울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서울대에서도 이날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 명이 모여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고려대 학생들이 휴대폰 플래시 불빛을 흔들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28)와 관련한 논문 특혜 및 부정입학 의혹이 확산되면서 실망감과 분노에 휩싸인 대학생들이 줄줄이 촛불 집회를 열었다. 23일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는 조 후보자 사퇴를, 딸 조씨의 모교인 고려대에서는 조씨의 입학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가 각각 열렸다.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시작된 규탄 집회 움직임은 관련 대학들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조씨를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올려준 교수가 속한 단국대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며 장학금을 받은 부산대에서도 해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고려대 1000여 명 규탄 집회고려대 학생들은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조씨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방학기간이지만 500여 명(집회 측 추산)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여 ‘명백한 진상 규명’ ‘우리는 무엇을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나온 1학년 김모씨는 “조씨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자발적으로 구성된 집행부는 “의혹이 해결되지 않으면 노력을 통해 정당하게 얻어지는 결과가 정의라고 믿으며 힘써온 학우들이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조씨의 입학 취소 처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집회에 나온 학생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촛불 대신 휴대폰 플래시 불빛을 흔들었다.

조씨는 한영외고 재학 시절 단국대에서 2주간 인턴을 하며 의학 논문의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 학교생활기록부 점수가 반영되는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합격했다.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고려대에도 논문을 이용해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서울대에서도 이날 오후 8시30분께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 명이 모여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 손엔 촛불, 다른 한 손엔 ‘조국 STOP: 내로남불 표리부동’ 등의 피켓을 들고 “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정장을 입고 집회에 참여한 졸업생들, 집회 소식을 알고 가족과 함께 찾아온 시민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집회에서 “정부 정책을 이행하는 전문가가 조 후보자 1인뿐이라면 무능이고,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 임명을 강행하면 기만”이라며 “조 후보자가 책임 있게 내려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단국대, 부산대도 진상규명 촉구

조씨의 특혜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단국대와 부산대에서도 학생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단국대와 부산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대와 고려대처럼 우리도 집회를 개최하자”는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단국대 학생들로 구성된 ‘단국대 연구부정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조 후보자 딸 조씨를 연구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 준 장영표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부산대 총학생회도 이날 “의전원에서 조씨가 유일하게 지정 방식으로 장학금을 받았다”며 대학에 관련 조사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날 부산대 정문을 포함한 장전캠퍼스 주요 건물 10곳에는 조씨의 유급 처리 및 장학금 지급과 관련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대자보가 부착됐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대학 학생이 아니더라도 누리꾼들의 응원과 집회 참여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서는 “서울대 졸업생은 아니지만 아이를 데리고 집회에 참석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노유정/이주현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