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밝힐 '스모킹 건' 날아갈 판인데…수사 머뭇거리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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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쌓이고, 증거 지워지는데…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인 조모씨는 최근 자기소개서 허위 기재, 입학 논문 관련 특혜 의혹이 일자 지난 22일까지 온라인상에 올려놨던 자소서와 보고서 등 6개 문서를 모두 삭제했다. 조씨의 글에는 학교에서의 경력, 인턴, 봉사활동 등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일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합격 자소서에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는 대목이 있었다. 하지만 한영외국어고 측은 이를 부인했다. 조 후보자 일가가 10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의 실질적 운영자로 지목된 5촌 조카 조모씨도 자신이 10년 동안 운영해오던 네이버 카페 ‘스탁포럼-선물옵션/주식’을 18일 폐쇄했다.
조국 관련 고소·고발 10여건
딸 입시특혜·논문1저자 등재 등
사건 대부분 檢에 배정도 안돼
이들은 최근 한 달 사이 각종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피고발인 신분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혐의자들이 혐의를 입증할 증거 자료를 지우고 있는데도 검찰이 손을 놓고 있다”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미적거리며 눈치 보는 검찰
조 후보자와 가족이 최근 한 달 새 검찰에 고소·고발당한 건수는 10건이 넘는다. 딸 입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이 잇따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수수,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한 건도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수사에 미적거리고 있다. 고발된 사건이 이르면 1~2일 내 배당해 수사에 들어가는데 이번 사건 대부분은 아직 일선 검찰청 수사부서나 경찰서에 배당도 안 됐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직속 상관인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전례가 없는 데다 조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끼는 심복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대안으로 특검 또는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있다.한 법조인은 “전 정권 사람이었으면 이 정도 혐의에 대해 검찰이 벌써 탈탈 털었을 것”이라며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에게서 너무 많은 혐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태다. 조 후보자 동생은 2008년 조 후보자 일가가 소유한 웅동학원에 대한 채권을 담보로 사채 14억원을 쓰고 갚지 않았다. 만약 이를 알고도 눈감아줬다면 2009년 9월까지 웅동학원 이사로 재직한 조 후보자에 대해 특가법상 배임·횡령죄 혐의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시효(10년)는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혐의 중에는 공소시효(업무방해 7년)가 이미 지난 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공무집행 방해죄 적용할 수도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23일 “조 후보자와 관련한 피고발인들이 혐의 증거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증거인멸 교사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적용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거인멸이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할 때 성립한다. 다만 증거인멸죄엔 친족간 특례 제도가 있어 조 후보자 딸이나 5촌 조카가 자신의 증거를 지웠다고 해서 처벌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3자의 범죄 증거가 있는 자료를 지우라고 지시(증거인멸 교사)하거나 증거를 인멸 또는 위조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일을 방해(위계 공무집행방해)했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증거인멸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검사가 알고도 수사하지 않는다면 이는 감찰 대상”이라고 말했다.
안대규/남정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