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지소미아 공백' 美 채널 통해 보완 모색

징용 배상 문제엔 '한국이 해결해야' 기존 원칙 고수

일본은 오는 11월 만료되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한국 정부가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대책으로 공백이 예상되는 북한 정보 수집 분야에서 미국과의 공조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24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공유에 관한 2014년 12월의 한미일 합의 체제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을 매개로 한일 양국이 기밀정보를 공유토록 하는 이 합의는 2016년 11월 한일 간의 지소미아 체결로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사실상 운용이 중단된 상태였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후에도 이 합의에 따른 정보 공유를 계속할 의향을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실제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종료 후에 2014년 체결된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약정(TISA)을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약정은 한미일 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공유토록 하고 있다.

다만 한일 양국이 공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밀 정보를 미국을 통해 상대국에 제공하는 방식이다.공유된 기밀정보는 한일 양국이 개별적으로 미국과 맺은 협정에 따라 보호된다.

간접적인 정보 제공 방식인 만큼 지소미아에 따른 직접적인 정보 공유와 비교할 때 정보를 받는 데 시간이 걸리고 유사시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있다.

또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 외의 국가 관련 정보는 공유되지 않는다.
마이니치는 김 차장이 지소미아 종료 후에 2014년 합의에 따라 기밀정보를 계속 공유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한미일 당국자들이 이 문제를 본격 협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3일 "(지소미아 종료 후에) 미국과 확실하게 연대하겠다"며 북한 관련 정보 수집에서 미국 채널을 더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에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배경이 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선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한국 정부가 양보안을 내놓을 때까지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 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일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면서 대화를 제의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일본 비판을 자제한 것에 대해 "'억제'(자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볼은 100%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양국 관계악화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해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일관된 주장이다.

아베 총리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등 국가와 국가 간의 신뢰 관계를 해치는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한국에 먼저 양보를 요구하는 기본 방침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사히는 총리 관저의 한 간부가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미국의 반응도 잘못 읽었다.

일본 입장에선 요란 떨지 않고 그냥 무시한다(무시하는 스탠스로 간다)"고 말했다면서 아베 정부의 대한(對韓) 정책 기조를 전했다.

일본 정부는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 간부는 "미국이 상당히 화가 나 있다.담당자로부터 '한국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전화가 잇따른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