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성 금리 인하해야" vs "동결해야"…美연준인사들 갑론을박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 "충격 완화 필요" 0.5%P 인하 거론
클리브랜드 연은총재 "美경제 현상황 지속하면 동결해야"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폭탄을 예고하면서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향후 기준금리 향배를 놓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현 수준을 유지하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연준은 다음 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위원인 불러드 총재는 "연준은 글로벌 제조업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러드 총재는 "50(bp·1bp=0.01%)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것(0.5%포인트 금리 인하방안)이 여기서(잭슨홀 미팅)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도 글로벌 제조업 위축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느냐?"라고 자문한 뒤 "나는 하방 리스크에 맞서 더 많은 보험(보험성 금리인하)을 꺼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낮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신호로 인식되는 미 장단기 국채의 수익률 역전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의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불러드 총재는 가장 '비둘기파적'(통화 완화적)으로 평가되는 인사 가운데 한명이다.

연준이 최근 공개한 지난달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2명의 위원이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주장한 가운데 불러드 총재가 이들 2명 중 한명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같은 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현 상태를 지속한다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메스터 총재는 FOMC에서 올해 투표권을 가진 위원은 아니지만 지난달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CNBC 인터뷰에서 "확실히 글로벌 경제는 지난달 FOMC 이후 악화했고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다만 미 경제에 대해 "좋은 위치에 있다.

경기침체 위험이 증가했다는 신호는 없다"면서 "내년에 적절한 정책하에서 추세적인 성장이나 그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성장둔화와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현재의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큰 폭의 인하 신호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위원인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우리는 현재 일종의 균형 상태(equilibrium)에 있다"면서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반대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같은 날 "우리는 잠시 여기서(현 금리 수준에서) 머물며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같은 날 "추가 액션을 취하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서도 "필요하다면 다음 몇 달에 걸쳐 액션을 취하는 것에 대해 '오픈 마인드'(열린 마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19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이 전날 5천78개 품목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에 맞서 기존 2천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과 9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예정인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각각 기존 또는 당초 계획보다 5%포인트 인상하기로 하면서 오는 9월 FOMC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