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화 세계한민족여성재단 이사장 "여성 고위직 더 늘어야 양성평등 말할 수 있죠"

28~29일 청주서 19회 KOWIN 대회

韓, 여성임원 비율 세계 꼴찌 수준
보여주기 위한 여성 채용은 '금물'
사회적 시스템 통한 양성평등 절실
“양성평등이나 여성의 지위 향상은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겁니다.”

오는 28~29일 충북 청주 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제19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대회 참석차 방한한 서진화 세계한민족여성재단 이사장(사진)은 2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 이사장은 30여 년간 미국 시카고에서 거주해 온 척추지압신경과(카이로프랙틱) 전문의로 2017년 말부터 세계한민족여성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그는 일전에 한 고위 공직자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요즘은 집에서 남자들이 부인한테 꼼짝을 못하고 중요한 결정도 여성들이 주로 한다며 ‘여성의 지위가 많이 높아졌죠?’ 하더군요. 물론 농담이겠지만 그 얘기를 오랫동안 들어왔는데 현재 수치를 봐야죠.”

그는 주요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을 꺼내들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ACWI)에 포함된 54개국 중 한국은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여성 비율이 2.3%로 53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 카타르(54개국)를 빼면 꼴찌다. 지난해 기준 국가직 고위공무원단의 여성 비율도 6.7%에 불과하다고 했다.

서 이사장은 “일과 가정을 모두 돌보는 등 여성은 남성보다 ‘멀티태스팅’(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능력이 우수한 편”이라며 “적극적이고 똑똑하고 배려심 많은 여성 인재들이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2001년 여성가족부가 출범하면서 시작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는 세계에 퍼져 있는 한인 여성 기업인과 교수(교사), 법조인, 의사 및 간호사, 엔지니어 등 리더급 전문인력들이 서로 연대·교류하는 자리다. 올해엔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공동 주최한다. 주제는 ‘세계 한인여성, 평등한 미래를 함께 열다’로 29개국에서 210여 명, 국내에서 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 이사장은 여성 인재 육성과 각종 차별 철폐는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여성 인재들의 능력을 키워주고 준비시키는 과정이 부족했다”며 “당장 여성 비율을 맞추겠다고 준비가 안된 인재를 기용하는 것도 여성을 욕 먹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매년 지역별로 국제컨벤션을 열고 각국의 환경, 역사, 한인 이민사회, 문화 및 예술 활동을 공유하며 인재발굴에 나서고 있다. 사회복지공모를 통해 후원금을 전달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젊은 한인 여성들을 발탁한다. 중국의 한인 여성 9명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한 예다.서 이사장은 “한국의 엄마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해외에서 성공한 한인 여성들을 보면 의지할 가족이나 친지가 가까이에 없어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교수의 수업강의 테이프를 틀어 놓고 가족들 저녁밥을 짓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5년,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정진하라고 두 딸에게 늘 충고한다”며 “국가 사회 발전에 여성의 역량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