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3일 만에…대규모 독도 방어훈련

軍 '동해 영토수호훈련' 변경
이지스함·특전사 등 첫 참여
日 "훈련 멈춰라" 강력 반발
25일 독도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수전 요원들이 독도에 상륙,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26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훈련에는 사상 처음으로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해군 제7기동전단,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투입되는 등 훈련 규모가 예년의 두 배로 커졌다. /해군 제공
우리 군이 25일부터 전격적으로 대규모 독도방어훈련에 돌입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지 사흘 만이다. 지소미아 종료에 이어 일본을 겨냥한 두 번째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군은 이날 “해군·해경 함정과 해군·공군 항공기, 육군·해병대 병력 등이 참가하는 동해 영토수호훈련을 이틀간 실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독도방어훈련을 동해 영토수호훈련으로 이름을 바꾼 올해는 처음으로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을 포함한 해군 제7기동전단과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참가, 훈련 규모가 예년의 두 배로 커졌다.청와대는 애초 독도방어훈련을 지난 6월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일본과의 외교협상을 고려해 연기해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정례 훈련으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군자산을 투입한 훈련을 전격 시행한 배경을 두고 사실상 ‘대일 메시지용’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는 일본 고유 영토”라며 훈련 중지를 요구하고 강하게 항의했다.
< 독도 주변 항해하는 세종대왕함 > 동해 영토수호훈련이 실시된 25일 7600t급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이 독도 주변을 항해하고 있다. 독도 인근 방어훈련에 이지스함이 투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군 제공
세종대왕함·특전사·해병대 등 '최정예' 총동원…對日 '두 번째 강공'
이지스 구축함 3척 보유한 해군 제7기동전단 첫 참가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사흘 만인 25일부터 이틀간 동해 영토수호를 위한 대규모 훈련에 들어가면서 한·일 갈등의 파고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청와대와 군은 “우리 영토 수호를 위한 정례 훈련”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가 강하게 항의해 양국 간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 UDT 독도 상륙 > 한국 군이 25일부터 26일까지 독도를 비롯한 동해 일대에서 동해 영토수호훈련을 한다. 해군 특수전 요원들이 해상기동헬기(UH-60)를 타고 독도에 내린 뒤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이지스함 첫 투입 등 역대 최대 규모

이번 훈련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입 전력자산과 병력을 대폭 늘린 점이다. 사실상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올림픽준비위원회가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등 독도 관련 영토 도발이 계속되는 것도 이번 훈련 규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조직위가 공식 사이트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독도방어훈련은 1987년부터 연 두 차례 정례적으로 해온 영토방어훈련이지만 올해는 일본과의 갈등으로 6월 예정된 훈련이 늦춰졌다. 7월 일본의 경제제재가 시작되고 지난 2일에는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제외 결정까지 내리자 광복절 전후에 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훈련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데 이어 이날부터 대규모 훈련을 시작한 것은 일본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훈련 명칭을 ‘동해 영토수호훈련’으로 바꾸고 예고 없이 전격 시행한 데는 일본과의 마찰을 불필요하게 키우지 않겠다는 판단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해 영토수호훈련은 이날 오전부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포함한 해군 제7기동전단이 처음으로 참가한 가운데 이뤄졌다. 2010년 창설된 제7기동전단은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이지스 구축함 3척과 충무공이순신급(4000t급) 구축함 등을 보유한 해군의 최정예 전력이다.세종대왕함은 2008년 취역한 우리 군의 첫 번째 이지스구축함으로, 이지스 전투 체계를 적용해 유도탄, 항공기 등의 공중 표적을 최대 1000㎞ 밖에서 탐지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육군 특수전사령부도 참가했다. 해병대도 이날 경북 포항공항에서 치누크 헬기를 타고 독도로 이동하는 과정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번 훈련 과정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것은 최근 빚고 있는 일본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관측된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투입된 전력은 예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배 정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올해 독도방어훈련에 이지스함 등 해군의 최정예 전력과 육군 특전사 등을 투입한 데에는 최근 동해 등 한반도 일대에서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다는 평가다.

日 ‘항의’에 ‘우리 영토 방어훈련’ 일축일본은 한국 군의 독도방어훈련에 “극히 유감”이라는 뜻을 밝히며 훈련 중지를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독도는 명백한 한국 고유 영토”라고 일축했다. 외교부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측은 이날 도쿄와 서울의 외교 경로를 통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한국 군의 이번 훈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 고유 영토”라며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상사정 등 여러 제반상황을 고려해 훈련 날짜를 정한 것”이라며 “이번 훈련은 한국 영토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세력을 염두에 둔 것이지 어느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