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또다시 엔고 공포 엄습한 日증시

게티이미지뱅크
또다시 엔화 강세의 그림자가 일본 증시를 엄습했습니다. 달러화 대비 엔화값이 한 때 연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일본 주식시장이 요동친 것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엔화 강세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값은 오전 한 때 104.50엔까지 치솟았습니다. 엔화값이 연중 최고치를 찍은 것입니다. 올 1월 3일 한 때 달러 당 엔화값이 104.79엔을 찍은 이래 처음으로 달러당 104엔대에 진입한 것이기도 합니다. 엔화값은 오전 9시30분경 이후 다시 달러당 105엔대로 돌아섰지만 ‘엔고 공포’는 시장을 떠나지 않는 모습입니다.엔화값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지난 23일 원유 대두(콩) 등 5078개 품목, 75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각각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확전 국면으로 돌아선 영향이 컸습니다. 여기에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7개국(G7)정상회의에서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를 찾는 수요가 늘어서 엔화값이 뛰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엔화값이 일본 기업들이 대비했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강세가 진행되는 점이 특히 부담입니다. 올해 실적 전망치의 근거가 되는 예상 환율을 공개한 360개사의 평균 환율을 살펴보면 일본 기업들은 달러당 108.9엔, 유로 당 124.6엔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급격이 나빠져, 실적악화가 예상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란 낙관론이 빠르게 힘을 잃고 있다”며 “앞으로 달러 당 100엔 수준까지 엔고가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일본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날 오전 닛케이225지수는 한 때 전 거래일 대비 2.59% 하락한 20,173.76까지 떨어지면서 지수 20,000선이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코스피지수도 1900선이 위협받는 등 한국 증시도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증시도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과 경기부진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입니다. 특히 일본 증시는 엔화의 특수성에 따른 엔고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엔화값이 어떻게 변하고, 일본 주식시장에 어느 정도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