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 '회담 횟수' 논란…실제론 두 번, 日정부는 "한 번"

자국민에 무역협상 성과 알리려는 美측 요구로 '2차 회담' 열어
2번째 회담 통보 못 받은 日 기자단 '황당'…경위 설명 요구

"한 번 했나, 두 번 했나?"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계기로 25일(이하 현지시간) 양자회담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의 정확한 회담 횟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회담한 횟수는 분명히 두 번이었지만 일본 정부는 한 번 뿐이라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5일 오전 약 53분간 1차 회담을 열었다.첫 번째 회담에서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문제 등이 주로 논의됐다.
그런데 1차 회담이 끝난 뒤 약 2시간 30분 후인 오후 3시께 미국 TV 채널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회담하는 모습이 생중계로 나왔다.

아베 총리를 동행 취재하던 일본 기자단은 처음엔 이 생중계가 1차 회담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했을 법하다.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일정에 없던 2차 회동을 실제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국 무역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상(장관)이 배석한 2차 회동에서는 무역협상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두 각료가 이번 정상 회의 직전에 미국 워싱턴 D.C에서 7차 협상을 벌여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내달 중 양국 정상이 서명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언론이 '이례적인 재회담'으로 지칭한 '2차 회담' 후에 "핵심 원칙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고, 아베 총리는 "윈윈하는 형태로 진전을 이루어 기쁘게 생각한다.

양국 경제에 틀림없이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베 총리는 특히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산 옥수수를 구입하겠다는 뜻도 미국 시청자들을 상대로 밝혔다.

2번째 회담을 일절 통보받지 못한 상황에 경악한 일본 기자단은 일본 외무성 담당자를 상대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상황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 돌아온 답변은 "양국 정상이 오후 3시 1분부터 재회담을 시작했다"였다.

도쿄신문은 일본 기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비아리츠 근교의 '워킹룸'이 갑자기 어수선해지면서 외무성 간부에게 경위를 따지는 질문이 잇따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일본 외무성 담당자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전격적인 '재회담'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 부장관은 현지에서 일본 기자단에게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정상 회담 횟수는 공식적으로 "한 번"이라고 정정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두 번째는 각료급 무역협상 결과를 두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하자고 미국 측이 제의해 갑작스럽게 이뤄진 회동일 뿐, 회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일본 기자단에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면서 미국 TV에 중계된 문제의 장면은 2차 회담이 아니라 미국 기자를 상대로 회견하는 모습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는 1차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국 측이 일단락지은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좋은 얘기이므로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며 두 정상은 회견 전에 10~15분가량 서서 발표 내용을 조율했다고 덧붙였다.공동 기자회견임에도 일본 기자단에 통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양국 매체를 넣는다고 했는데, 정작 부른 것은 워싱턴에 주재하는 일부 일본인 기자뿐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