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에 강경할수록 대만 차이잉원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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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로 '일국양제' 반감 커지면서 차이잉원 인기 상승"
'하나의 중국' 원칙 세운 1992년 합의마저 부정하는 기류 커져 갈수록 격렬해지는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의 발단은 지난해 2월 대만에서 비롯됐다. 당시 홍콩인 찬퉁카이(20)가 임신한 여자친구를 대만에서 살해하고 홍콩으로 달아난 사건이 발단이었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그에게 적용된 것은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 혐의 등뿐이었고, 그는 2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홍콩 정부는 그를 대만으로 인도할 수 없었고, 이에 대만, 중국 등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이것이 바로 송환법 추진의 시작이었지만, 이 법안이 홍콩 내 인권운동가와 반체제 운동가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규모 반대 시위의 불씨가 된 것이다.
이처럼 송환법 반대 시위의 발단을 제공했던 대만이 이제 홍콩 시위 사태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으로 떠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홍콩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대만인들의 여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바로 중국이 내세우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인식이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키며, 중국은 대만에도 일국양제를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홍콩인들이 석 달 가까이 격렬하게 송환법 반대 시위를 펼치는 것을 본 대만인들의 일국양제에 대한 반감은 커져만 가는 실정이다.
대만인 아키 우(30) 씨는 "홍콩인들이 그토록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은 그들이 누려온 자유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중국은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약속했지만, 갈수록 홍콩의 자치를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대만 대륙위원회의 여론 조사 결과 일국양제를 거부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무려 88.7%에 달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내년 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다.
사실 홍콩 시위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차이 총통은 그의 독립 성향으로 인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벌어져 경제가 침체됐다는 야당의 비판에 직면해 인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로 일국양제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차이 총통의 인기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내가 이곳에 있는 한 나는 대만의 주권을 지킬 것이며, 내가 이곳에 있는 한 여러분은 대만이 또 다른 홍콩이 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반중국 기세를 한층 높였다.
이에 대선의 맞상대인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도 "내가 죽고서야 일국양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평소의 친중국 성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 국립중정대학의 린잉위 교수는 "내년 대선 등과 관련해 홍콩 시위에 대한 대만인들의 관심은 매우 크다"며 "중국 정부가 홍콩 문제 개입과 관련해 극단적인 조처를 한다면 이것은 대만인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사태에 무력개입을 한다면 이는 대만인들에게 일국양제에 대한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차이 총통의 재선 가능성을 더 높일 것이라는 얘기이다.
중국의 골치를 더욱더 아프게 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세운 대만과 중국의 1992년 합의마저 부정하려는 기류가 대만 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과 중국이 합의한 이른바 '1992 컨센서스'(92공식·九二共識)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하면서 그 해석에서는 각자의 해석을 존중한다는 양안 관계의 기본 인식 틀이다.
그런데 대만 내 반중국 기류와 함께 민진당을 중심으로 '92 공식'을 부정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SCMP는 "홍콩인의 여자친구 살해 사건은 대만인의 일국양제 부정에 이어 내년 대선, 이제는 '92 공식' 부정에 이르기까지 대만 정국에 나비효과와 같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나비 효과'는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다른 곳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으로,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연합뉴스
'하나의 중국' 원칙 세운 1992년 합의마저 부정하는 기류 커져 갈수록 격렬해지는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의 발단은 지난해 2월 대만에서 비롯됐다. 당시 홍콩인 찬퉁카이(20)가 임신한 여자친구를 대만에서 살해하고 홍콩으로 달아난 사건이 발단이었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그에게 적용된 것은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 혐의 등뿐이었고, 그는 2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홍콩 정부는 그를 대만으로 인도할 수 없었고, 이에 대만, 중국 등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이것이 바로 송환법 추진의 시작이었지만, 이 법안이 홍콩 내 인권운동가와 반체제 운동가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규모 반대 시위의 불씨가 된 것이다.
이처럼 송환법 반대 시위의 발단을 제공했던 대만이 이제 홍콩 시위 사태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으로 떠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홍콩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대만인들의 여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바로 중국이 내세우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인식이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키며, 중국은 대만에도 일국양제를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홍콩인들이 석 달 가까이 격렬하게 송환법 반대 시위를 펼치는 것을 본 대만인들의 일국양제에 대한 반감은 커져만 가는 실정이다.
대만인 아키 우(30) 씨는 "홍콩인들이 그토록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은 그들이 누려온 자유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중국은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약속했지만, 갈수록 홍콩의 자치를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대만 대륙위원회의 여론 조사 결과 일국양제를 거부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무려 88.7%에 달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내년 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다.
사실 홍콩 시위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차이 총통은 그의 독립 성향으로 인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벌어져 경제가 침체됐다는 야당의 비판에 직면해 인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로 일국양제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차이 총통의 인기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내가 이곳에 있는 한 나는 대만의 주권을 지킬 것이며, 내가 이곳에 있는 한 여러분은 대만이 또 다른 홍콩이 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반중국 기세를 한층 높였다.
이에 대선의 맞상대인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도 "내가 죽고서야 일국양제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평소의 친중국 성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 국립중정대학의 린잉위 교수는 "내년 대선 등과 관련해 홍콩 시위에 대한 대만인들의 관심은 매우 크다"며 "중국 정부가 홍콩 문제 개입과 관련해 극단적인 조처를 한다면 이것은 대만인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사태에 무력개입을 한다면 이는 대만인들에게 일국양제에 대한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차이 총통의 재선 가능성을 더 높일 것이라는 얘기이다.
중국의 골치를 더욱더 아프게 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세운 대만과 중국의 1992년 합의마저 부정하려는 기류가 대만 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과 중국이 합의한 이른바 '1992 컨센서스'(92공식·九二共識)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하면서 그 해석에서는 각자의 해석을 존중한다는 양안 관계의 기본 인식 틀이다.
그런데 대만 내 반중국 기류와 함께 민진당을 중심으로 '92 공식'을 부정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SCMP는 "홍콩인의 여자친구 살해 사건은 대만인의 일국양제 부정에 이어 내년 대선, 이제는 '92 공식' 부정에 이르기까지 대만 정국에 나비효과와 같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나비 효과'는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다른 곳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으로,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