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무용성, 다른 결론…리아백스와 펙사벡 차이 왜?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 임상 3상의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 중간심사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 유효성이 낮아 무용성(유효성이 없다)이라고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지만 임상시험은 지속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앞서 신라젠의 펙사벡은 이 단계서 무용성 평가를 받아 임상 3상이 좌절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삼성제약에서 시판 중인 리아백스주(테로모타이드 염산염 함유 주사제)에 대한 3상 임상시험 수행 중 실시한 중간분석 결과 유의성이 관찰되지 않아 무용성 결론이 나왔다”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지난 23일 배포했다. 서한을 통해 식약처는 “임상시험에 대한 최종 결과분석 완료시까지 시판품에 대한 신규 환자의 사용은 제한한다”고 했다.리아백스는 국내 바이오벤처 젬백스앤카엘이 개발해 2015년 4월 삼성제약에 기술이전한 췌장암 치료제다.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 배포에 따라 리아백스는 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내 병원에서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비용을 받지 못한다. 조건부 허가받은 리아백스를 투여한 뒤 돈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국내 16곳이다. 다만 다른 치료제가 없어 의사 판단에 따라 응급임상에 들어가는 환자는 계속 약을 쓸 수 있다. 이들은 치료비는 물론 투약후 남은 제품의 수거 비용까지 모두 업체 측에서 부담한다.

삼성제약은 리아백스의 임상시험도 계속 진행한다. IDMC에서 임상을 중단하라고 권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신라젠의 펙사벡이 임상 3상 중간평가에서 IDMC로부터 “무용성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중단하라”는 평가를 받은 것과 차이가 있다. 같은 무용성 평가를 받고도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은 임상설계 상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삼성제약은 리아백스 임상 3상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148명의 환자가 필요하다고 설계했다. 이중 74명에게는 리아백스를, 나머지 74명에게는 대조군 약을 투여해 비교하는 형태다. 임상시험 중 사망자가 43명 나오는 시점에 중간 평가를 하기로 했다. 췌장암처럼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큰 난치성 암 치료제는 임상 연구 계획을 세울 때 일정 수준의 사망자가 나오면 중간분석을 해 유효성 및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간분석을 맡은 IDMC는 보고서를 통해 “약이 유효성은 없어 보이지만 임상시험 전반부에 시험군 환자보다 대조군 환자가 많이 등록돼 최종적인 유효성 평가에 관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망자 43명이 발생한 시점에는 리아백스 투여군보다 대조군이 더 많았고 이 때문에 IDMC가 판단 보류를 택한 것이다.신라젠의 펙사벡은 이보다 많은 6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했다. 사망자가 190명 발생하는 시점에 IDMC로부터 중간평가를 받았고 이들은 이 단계서 임상시험을 중단하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이 이렇게 파악한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신라젠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데이터 취합과 별도로 분석에만 최소 3~4개월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진다”며 “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펙사벡이 간암에서 효과가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외부 원인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지현/박상익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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