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줄기세포와 miRNA 활용한 심근경색 치료법 개발"

황기철 가톨릭관동대 바이오원장

사람에게서 나온 물질 써서
실제 치료제 성공 가능성 높아
“줄기세포 연구는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국내에서 아직 성공모델이 드문 것은 이런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황기철 가톨릭관동대 바이오융합연구원장(사진)은 26일 “몸속 지방에서 분리한 성체줄기세포와 혈액 속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을 활용해 심근경색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며 “사람에게서 나온 물질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황 교수는 국내 줄기세포 연구 1세대로 불린다. 다른 연구자들이 배아줄기세포에 집중할 때도 20여 년간 묵묵히 성체줄기세포만 연구했다. 성체줄기세포는 노화 등으로 죽은 세포의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몸속에서 새 세포를 만드는 세포다. 역할이 정해진 세포이기 때문에 난자와 정자가 만난 수정란에서 추출하는 배아줄기세포보다 분화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다. 그런 만큼 생명윤리 논란이 적어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어떤 세포로 분화할지 알 수 없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조작도 쉽다.

이들 줄기세포를 활용해 심근경색 등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는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되는 모델은 드물다. 동물실험에서는 조직을 재생하는 데 성공해도 사람에게 이식한 뒤 줄기세포 생존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그 원인으로 설계 방식을 꼽았다. 그는 “대부분 배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기본 배지에만 외부물질이 100가지 넘게 들어간다”며 “더욱이 이들 중 상당수는 동물용 배지”라고 했다. 그는 “단핵세포인 면역세포는 이런 배양 방식을 활용해도 괜찮지만 이미 어른세포인 줄기세포를 다시 유아기 세포로 만들어 키우는 것은 힘든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배양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는 안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인위적인 물질을 넣거나 변형시킨 줄기세포가 몸속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성체줄기세포를 잘 분리·정제한 뒤 이 세포가 몸속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 miRNA를 병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줄기세포는 재생기능을 키워준다. miRNA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세포사멸을 돕거나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발한 세포를 심근경색 동물모델에 투여했더니 50% 정도가 회복됐다. 그는 “연골세포를 활용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고 내피세포를 활용해 당뇨발을 치료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했다.황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를 환자에게 활용하기 위해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줄기세포 의약품과 시술을 분리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자가세포를 활용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독립된 기술평가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