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푸는 美 보험시장…K바이오시밀러 '미소'

유나이티드헬스케어, 10월부터
셀트리온 램시마 선호의약품 등재
美 점유율 '고공행진' 가능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던 미국 보험업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의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H)가 바이오시밀러를 잇달아 선호의약품으로 등재한 것이다. 그동안 사보험 시장의 장벽에 가로막혀 고전했던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오는 10월부터 민간 가입 회원이 셀트리온의 ‘램시마’(미국명 인플렉트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만 선호의약품 목록에 등재해왔다. 이 때문에 이 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은 램시마를 처방받을 수 없었다.UNH가 오는 10월부터 규정을 바꾸면서 램시마는 레미케이드와 함께 선호의약품 목록에 포함됐다. UNH는 보험 가입자가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 바이오시밀러를 택할 경우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오리지널 대비 30%가량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환자가 추가 부담해야 할 약값이 줄거나 보험료 할인 등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는 수년간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뚫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 등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보험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와 미국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 월그린 등은 존슨앤드존슨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바이오 전문가들은 UNH 행보가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에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NH는 램시마 외에도 오는 10월부터 암젠이 개발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엠바시’와 허셉틴 바이오 시밀러 ‘칸진티’를 선호의약품으로 등재했다. 오리지널인 아바스틴과 허셉틴은 목록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 산도즈의 ‘작시오’ 등도 선호의약품 대상에 포함했다.셀트리온은 UNH의 이번 결정으로 레미케이드에서 램시마로 의약품을 바꾸는 미국 환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램시마는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 57%를 기록했지만 미국에서는 10%대로 좀처럼 시장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공공의료보험제도가 발달돼 있어 정부가 정책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장려하는 반면 미국은 민간 보험사가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미국 보험사들이 바이오시밀러를 잇달아 선호의약품에 등재하면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 23개 중 7건이 국내 개발 제품이다. 23개 제품 중 9개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 출시됐고 이 중 국산 제품은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 두 개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FDA 승인을 받은 ‘트룩시마’를 연내 출시하고 내년에는 ‘허쥬마’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온트루잔트’와 ‘에티코보’의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의 FDA 허가를 받았고 특허가 만료되는 2023년부터 미국에 판매할 예정이다.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장악했던 미국 보험 시장의 빗장이 열리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의료계가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처방이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