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지명 '해외파' 손호영 "부모님께 천천히 갚아드려야죠"

올해 KBO 리그는 '해외 유턴파' 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였다.

SK 와이번스의 하재훈, kt wiz의 이대은, 삼성 라이온즈의 이학주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재훈과 이대은은 팀에서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았고, 이학주는 KBO 리그 데뷔와 동시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출신의 손호영(25·연천 미라클)이 이제 배턴을 이을 차례다.

손호영은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출신의 문찬종(57순위·키움 히어로즈), 일본 와세다대를 나온 안권수(99순위·두산 베어스) 등 이날 지명을 받은 해외파 3명 중에서 지명 순위는 가장 높다.

행사 뒤 취재진과 만난 손호영은 '높은 순위 지명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은 뒤 "그냥 정신없이, 아무생각 없이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손호영은 경기도 안양 충훈고를 거쳐 홍익대에 진학했지만, 대학 1학년 때 컵스와 계약했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미국에서는 투수로 전향하며 박찬호처럼 '코리안 특급'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만 3년간 뛰다 귀국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올해 초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 합류했다.

손호영은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연습할 곳이 없어서 알아보다가 고교 때 감독님이 연천 미라클 감독님이라서 연락을 취했다"며 "감독님께서 '와서 운동해라'고 하셔서 바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립야구단 회비는 부모님 힘을 빌렸다"며 "이제부터 천천히 갚아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확실한 주전 2루수감이 없던 LG가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손호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호영은 "어깨가 가장 자신 있다.

마이너리그 때 투수로 92마일(약 148㎞)까지 던져봤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력도 자신이 있고 타격 욕심도 있다.

주로 보던 유격수가 가장 편하지만 어떤 포지션이든 시키는 건 다 열심히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학주와 같은 내야수인 손호영은 "(이)학주형만큼은 못하겠지만 따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마이너리그 시절 (하)재훈이 형이 룸메이트였다.

재훈이 형이 '열심히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연천 미라클 경기를 직접 가서 봤다"며 "우리 팀은 2루수가 약한 편이라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유격수 자원을 뽑으면 어느 포지션이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