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의류 소싱·주문 '척척'…"K패션 선도"

패션의류 플랫폼 와이즈패션

3년간 발주정보·데이터 취합
'MD렌즈 사입' 2017년 개시
10월까지 주문 1兆 넘어설 듯
서울 동대문시장은 국내 패션·의류산업의 메카다. 이곳에서는 2만2000여 개 도매상이 온라인몰을 포함한 전국 14만여 개 소매상에 의류 신제품을 공급한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의 70%, 길거리 매장인 로드숍의 90%가량이 동대문에서 제품을 조달한다. 그동안 전국 소매업체들은 동대문의 패션 상품을 찾고 주문을 넣기 위해 발품을 팔고, 수작업 형태의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 했다. 전국 소매상들이 동대문에 입점한 도매상과 의류 상품을 소싱 및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전까지다.

2016년 설립된 와이즈패션은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도매상에 주문을 넣고 필요한 제품을 찾는 서비스를 내놨다. 3년여간 동대문 소매상의 주문 발주 정보와 관련 데이터를 취합한 결과다.노창현 와이즈패션 대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인기 상품을 찾는 서비스를 개발했다”며 “동대문시장을 거점으로 한 도소매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통해 K패션의 ‘붐’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노창현 와이즈패션 대표가 온라인 전용 앱 ‘MD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빅데이터’ 적용한 의류 도소매 앱

노 대표는 KAIST 공학(원자력)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10여 년간 유아교육 솔루션업체와 스마트폰 게임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유통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2016년께 유통시장을 조사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은 게 계기다.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해 발품을 팔며 상인들을 만났다. 당시 도매상에 물건을 주문하는 일명 ‘사입삼촌’을 따라다니면서 동대문시장에 관심이 생겼다. 그들은 소매업체 주문을 대행하고 상품을 수거·배송해 준다. 노 대표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는 불편함을 해결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2016년 9월 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7월 ‘MD렌즈 사입’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시간 이상 걸리던 주문을 5분 안팎에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불과 2년 만에 전국 1500여 개 소매업체가 MD렌즈 사입 서비스를 통해 하루 6만여 건씩 주문을 넣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주문 거래액은 8000억원을 넘었다. 오는 10월이면 1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노 대표는 “전국 패션산업 규모가 45조원이고, 동대문 도매시장 거래 규모가 연 10조원에 달한다”며 “도소매상 간 온라인 주문 서비스 활성화로 업무 효율이 개선되고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패션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소매상들은 자사 매장의 판매 정보와 발품, 직관 등 재래식 방법에 의존해 인기 상품을 찾는다. 유행하는 상품을 발견해도 어디서 생산하는지를 빨리 파악하느냐에 따라 매상이 좌우된다. 노 대표는 “패션의류 쇼핑몰은 매주 신상품을 최소 3~5개 선정해 온라인몰에 올려야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잘 팔릴 인기 상품을 파악해 도매시장에서 확보하는 게 성공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MD렌즈다. 월 500만 건 이상의 주문 정보와 800만 개 이상의 상품 사진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개발했다. 원하는 스타일의 옷 사진을 MD렌즈에 올리면 동대문시장에서 같거나 비슷한 상품을 50개까지 찾아주고 도매상이 어디인지도 알려준다. 모든 과정은 1분 만에 이뤄진다. 노 대표는 “MD렌즈 메인 화면의 카메라 아이콘을 터치해 원하는 사진을 찍거나 사진보관함에서 불러들이면 된다”며 “일반인이 아니라 온라인 의류몰 등 소매상을 위한 전용 앱”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월께 기간 검색을 설정해 해당 기간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패션 아이템별 인기 상품 정보와 상세한 트렌드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노 대표는 “동대문 의류 제품을 연간 3조원가량 수입하는 중국 바이어를 위한 중국어 서비스도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라며 “동대문 의류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플랫폼으로 엮어 글로벌 서비스 업체로 발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