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돈버는 외국계證, ELS물량 37% 설계·운용…수수료·운용수익 가져가

100조원을 넘은 국내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은 외국계 증권사에도 짭짤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상품 발행을 국내 증권사가 했지만 실제 설계와 운용은 외국계 증권사가 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재주는 국내 증권사가 부리고, 돈은 외국계가 번다’는 말까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외국계 증권사가 헤지 운용을 맡은 ELS와 DLS는 42조6000억원어치로 전체 발행 잔액(113조7000억원)의 37.5%를 차지했다. 1년 전(36조원)보다 18.3% 늘었다. 점유율은 그대로지만 전체 시장이 커지면서 외국계 증권사가 다루는 물량이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외국계가 가져가는 수수료와 운용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들도 경험이 쌓이면서 지수형 상품은 곧잘 설계하고 운용하지만, 금리형과 같은 복잡한 구조의 상품은 아직 외국계 증권사에 맡기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ELS·DLS 시장의 성장이 외국계 증권사만 배 불린다는 의혹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자체 상품과 자체 헤지 비중이 대폭 늘어 외국계만 이 시장을 독식하는 것은 아니다”며 “특히 헤지 운용을 잘못하면 손실을 보는 것은 외국계 증권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