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G7의 '아마존 산불 진화 기금' 거절

당초 환영 입장서 돌변
"유럽에나 나무 심어라
마크롱, 우릴 식민지 취급"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산불 진화를 돕겠다는 선진국들의 기금 제안을 거절했다.

27일 AFP통신에 따르면 오닉스 로렌조니 브라질 정무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의 아마존 산불 진화 지원금 등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은 지난 26일까지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등을 보호하기 위해 2000만유로(약 270억원)를 즉각 지원하기로 결의했다.로렌조니 정무장관은 이날 “제안은 고마우나 그런 돈은 유럽에 나무를 다시 심는 데 쓰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G7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지원 논의를 주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콕 집어 “프랑스의 집과 식민지나 챙기라”고 면박을 줬다. 로렌조니 정무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문화유산인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예측 가능했던 화재조차 피하지 못했는데, 그런 그가 브라질에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인가”라며 “브라질은 식민주의적 행위를 해본 적 없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 마크롱 대통령은 식민주의를 추구하는 것 같다”고도 비난했다.

AFP통신은 “브라질 정부는 당초 G7의 지원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주재한 장관급 회의 이후 입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변화·환경보호 문제 등에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마크롱 대통령이 아마존 산불을 국제적 위기로 규정하고 G7 정상회의 의제로 채택하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을 지닌 마크롱 대통령이 브라질을 식민지나 무인지대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발생한 아마존 산불은 95만 헥타르(9500㎢) 규모로 번지고 있다. 이는 서울 면적의 15배에 이른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지난 24~25일 이틀간에만 1113건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가 23일 4만3000여 명에 이르는 군병력을 진화 작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 중 실제로 화재 진압에 투입된 병력은 공개되지 않았다.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작년 대선 당시 아마존 적극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초 취임 이후 아마존 열대우림의 상업적 개발을 허용하겠다며 관련 규제를 완화해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