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하반기 공개채용 고심…'일자리 창출' 압박에 "솔직히 부담된다"

금융위 '금융권 일자리 창출 조사' 발표 9월로 연기
"인력 수요 감소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채용규모 유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솔직히 부담스럽죠. 일자리 창출 현황 앞세워 은행들 줄세우기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시중은행 관계자)

정부의 은행권 일자리 창출 조사 결과 발표가 다가오면서 은행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일자리 중심 경제'를 달성하겠다며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 실태 조사 계획을 밝혔다. 일명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 측정 계획'이다.최근 10여년간 자체 채용·아웃소싱 인원과 각 산업에 지원한 자금규모 및 고용유발계수 등이 확인된다.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부산, 대구, 광주은행 등 전국 14개 은행이 조사 대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 현황과 구조적 변화추세 등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근로여건이 좋고 임금수준이 높은 은행권이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고, 자금중개기능을 통해 일자리 창출효과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은행들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결국 누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고 누가 못 만들었는지를 따지려는 게 아닌가"라며 "금융산업을 비판해 온 노동계와 시민단체, 언론의 떡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의 중심이 비대면·자동화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일자리 숫자만 따지는 건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8월로 예정된 조사 결과 발표가 연기되면서 하반기 공개채용에 나선 은행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실상 8월에는 결과 발표가 힘든 상황"이라며 "9월 중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된 만큼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은행들은 인력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용 창출 압박을 무조건 외면하긴 힘들다고 말한다. 4대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공개채용의 경우 대부분 기존 계획에 따라 진행되지만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다"며 "산업 및 경제 흐름을 보면 채용인원은 줄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 귀띔했다.은행들의 하반기 채용공고는 다음달부터 진행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신한 370명, 우리 450명)로 확정했고,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은 채용 규모를 놓고 막바지 논의 중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