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있으면 아베 주장이 역사로 굳어질 것이기에 싸운다"

美서 13년째 일본군 위안부 진실 알리는 김현정 씨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속 돌아가시고 있어요. 전쟁 당시 끔찍한 국가 주도의 성노예 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계속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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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을 이끄는 김현정(50) 대표의 마음은 바쁘다.

할머니들이 한명이라도 생존해 있는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이 주도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13년째 미국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서 열리는 제19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대회 참가차 방한한 김 대표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와 일본의 우익들이 계속 헛소리를 하니까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냥 있으면 아베의 주장이 그대로 역사로 굳어질 것이기 때문에 싸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영원한 증언'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녹화해 영상으로 재생하는 프로젝트다.

할머니들이 여러 개의 질문에 증언하는 모습을 녹화해 영상을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설치하는 것이다.

훗날 방문객이 할머니에게 물어보면 비슷한 답을 재생해 들려주는 시스템이다. "곧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을 녹화할 것입니다.

서강대학교 팀이 제작을 맡고요.

우리 단체는 많은 기관에 연락을 취해 시스템을 설치하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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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의 고등학교 역사 교사들에게 나눠줄 '교사 참고용 자료집'도 만들고 있다.

위안부 행동이 제작해 배포한 미국 교사들을 위한 수업지도안 '일본군 위안부 교육'의 후속 교재라고 할 수 있다.

자료집은 내년 초 발간해 교사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다.

오는 10월 중순에는 LA에서 '일본군 위안부 영화제'도 연다.

일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만든 영화 '주전장'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 "성노예가 아니었다" 등 일본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파헤쳤다.

이 밖에도 김 대표는 공개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언론 모니터를 아주 꼼꼼히 하고 있어서 미리 알려지면 방해 공작을 펴기에 밝힐 수 없는 프로젝트들이 많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LA 가든 스위트호텔에서 '위안부 문제를 미국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비디오 경연대회를 열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위안부 행동은 독일에서 위안부를 알리는 활동을 하는 단체 '풍경'(대표 이은희)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여성 한명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성폭행이 가해진다면 모든 여성에게 가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일인 것이죠. 특히 전쟁 시 국가가 주도한 성폭력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죠. 이것은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 그리고 후손이 당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제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활동에 들어가는 예산은 모두 모금에 의존한다.

그는 "한인과 중국인, 미국인 등이 십시일반 지원을 해준다"며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로 여기고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그는 20살 때 LA에 가족 이민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민족음악과를 졸업한 후 통역사가 됐다.

LA를 방문한 이용수 할머니의 통역을 맡으면서 "아, 내가 이 할머니들의 증언을 세계에 알려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다리 역할'을 자임한다.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을 함께 배우는 민족 음악을 전공했고, 미 주류사회와 한인들을 연결하는 통역사 일을 했고, 지금은 미국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인권 문제인 일본군 위안부를 알리고 있기 때문이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