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앵커, 고릴라 보자 흑인 동료 앵커에게 "당신 닮았다" 말해

미국 방송사 여성 앵커가 흑인 동료의 외양을 고릴라와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다.

27일(현지시간) 미 NBC뉴스 등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州) 지역 언론매체인 코코 5 뉴스(KOCO 5 News)의 백인 앵커 앨릭스 허스든은 지난 22일 현지 동물원 소식을 전하던 중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새끼 고릴라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자 옆에 앉은 흑인 동료 앵커 제이슨 해킷을 쳐다보면서 "약간 당신과 비슷하게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허스든은 이튿날 방송에서 울먹이는 얼굴로 "어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을 했다.

부적절했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해킷에게 사과했다. 그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아주길 바란다.

잘못이었다는 걸 알고 있고 정말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해킷은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그런 발언이) 깊은 상처가 됐다"면서 "말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교훈적 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 갈등이나 인종 차별 논란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의 유색인종 출신 여성 하원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목청을 높이고,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하는 등 인종차별적 막말을 쏟아내 논란이 됐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지만, 이달 초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 데이턴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참사가 벌어지면서 심각한 역풍에 부닥쳤다. 경찰에 투항한 엘패소 총격범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자신의 범행이 멕시코인들을 노린 총격이었다고 자백했고,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접적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