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에 머리 아픈 민주당…反야당에서 反검찰로 전선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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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 검찰 저격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의 타깃이 야당과 언론에서 검찰로 확대되면서 대응 기조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검찰 향해 '反개혁' 비판 목소리도
민주당은 28일 검찰 수사에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냈다.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 수색이 진행된 전날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기조다.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 듯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의 압수 수색에 대해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는 표현을 썼다.전날까지 민주당은 '유감', '우려' 등의 표현으로 톤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검찰의 압수수색 문건을 통한 조 수석 관련 의혹를 내놓으면서 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졌다. 검찰이 사법개혁의 적임자인 조 후보자를 흠집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건을 흘리는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까지 소환됐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구태 악습, 불법적 행태가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흡사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시계 사건을 보는 듯하다"며 "이후에도 반복된다면 수사관련 책임자인 중앙지검장이나 특수2부장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후 긴급 대책 마련을 위한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까지 소집했다. 청와대도 여당과 보조를 같이 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 후보자 딸의 지도교수인 노환중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치의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문건의 내용을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반(反)개혁'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을 대표하는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이례적인 수사를 '사법개혁에 대한 반대'로 해석한 것이다.
청문회에 미칠 파장도 걱정하는 모습이다.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에 검찰이 동조하면서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어서다. 법원이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허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의혹은 사실로 비춰질 수 있다.청문회를 통해 의혹이 상당 부분 소명되고 조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검찰 수사는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 검찰이 향후 사법개혁에 대한 반대 카드로 조 후보자를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검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의혹은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것과 결이 다르다"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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