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내하도급·파견근로, 기업 특성 따른 활용 존중돼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내하도급 활용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하도급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주문하며 한 말이다. 가뜩이나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악화로 힘들어하는 기업들은 큰 압박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이 장관 행보가 최근 법원에서 사내하도급의 불법 파견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선적 업무 하도급 직원에 대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했고, 같은 날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현장 근로자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급 5명도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다. 산업계는 제조공정이 아닌 선적 업무에 대해, 일반 근로자가 아닌 관리자급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것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사내하도급은 무조건 나쁘고 직접 고용만이 옳다는 획일적인 전제는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데다 다양한 고용 형태를 인정하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어긋난다. 그런데도 고용부 장관은 법원의 불법 파견 판결을 기다렸다는 듯 하도급을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사업 특성에 따라 하도급이나 파견근로가 불가피한 기업들은 이제 마땅히 호소할 데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도 활용하는 하도급을 막아 버리면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도급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업 부담이 늘어나 새로운 고용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고용부는 사내하도급의 불법 파견 논란이 왜 자꾸 생기는지도 직시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하도급·파견근로 활용을 존중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용정책을 펼쳐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