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수사 정보 흘리는 적폐 재연"…檢 "압수 PC 열어보지도 않아"

'윤석열 검찰' 강하게 몰아붙이는 민주당

부글부글 끓는 靑·민주당
적극 방어나선 검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동시에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당·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날까지 검찰 압수수색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여권은 28일 태세를 전환해 “검찰이 피의 사실을 일부러 흘려 여론을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검찰 수사 방식에 여당이 총대를 메고 정면 비판에 나선 모양새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지만 내부에선 검찰의 수사 방식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與 지도부 피의사실 공표에 ‘분노’이날 여당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 남동구에서 연 ‘공작기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는 검찰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전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 당일 언론에 보도된 것에 충격받은 모습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누가 출국금지됐다는 둥, 부산에 있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 주치의를 하는 데 기여했다는 둥 벌써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여러 개 있다”며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법무부나 청와대는 전혀 모르고 언론만 알게 하고선 전격적으로 거대한 작전을 진행한 것처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국회에서 4개월 만에 긴급 최고위를 소집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 후보자 딸의 지도교수인) 노환중 부산대 교수의 개인 컴퓨터에 있는 문서 파일과 제목, 내용까지 특정 언론에 보도됐다”며 “피의사실 공표죄로, 검찰은 유출자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압수수색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분주했고, 수사 강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압수수색 당일 정보가 유출됐다는 건 검찰의 압수수색이 조 후보자 사퇴 압박용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청문회까지 지켜보자’는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물밑에선 검찰의 수사 방식이 과거 반복됐던 ‘수사 정보 흘리기’라며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압수수색 정보를 흘려서 여론을 떠보고 여론몰이를 하는 과거 대검 특수부의 전형적인 수사 방식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차량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피의사실 공표한 적 없다”

검찰은 자신들이 흘린 정보가 아니라 노 교수 주변에서 새어 나온 정보라고 즉각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노 교수의 개인 컴퓨터에 있는 내용을 아직 열어보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오히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한 검사는 “압수수색을 관계 기관과 협의하라는 건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위헌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에 있는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리라고 하는 게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검찰 개혁 방향이냐”고 반문했다.검찰의 칼날은 조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조성과 돈거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 관련 특혜 의혹이나 웅동학원 의혹은 ‘공소시효’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모펀드 의혹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고 증거 확보 등이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여권 개혁 vs 반개혁 세력 대결 프레임

여권은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로 인한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 후보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만큼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민주당 핵심 의원은 “검찰을 개혁하려는 청와대와 조 후보자, 이를 막아선 검찰의 대결이 시작됐다”며 “검찰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검경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조 후보자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개혁에 반대하는 검찰에 당·청이 굴복할 경우 후임자를 찾기가 만만찮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다만 당 일각에선 “개혁 세력과 적폐 세력의 대결 구도에 피로감을 갖고 있는 국민이 이번에도 손을 들어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다. 조 후보자의 지명 철회는 없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아직 확고하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의혹 해소에 나서면 부정적인 여론이 일부 수그러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우섭/안대규/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