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속철 속초 종착역 이전 가능할까…소모전·갈등심화 우려

속초시 "올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의견 수렴해 매듭 방침"

김철수 속초시장이 제기한 동서고속화철도 속초역사 부지 이전 문제가 지역에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과연 이전이 가능한 것인지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에서는 소모전과 시민 갈등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앞서 올해 6월 언론 브리핑에서 잠정 결정 상태인 동서고속화철도 종착역 위치에 대해 시민 의견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부상한 동해북부선과 연계해 동서고속화철도 역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시민 사이에 이를 공론화해 최적의 역사 위치를 찾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 시장은 "역사 위치는 속초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잠정 결정된 조양동 동광사 주변을 그대로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선택할지, 역사와 철로의 지하화 또는 지상화 등을 시민들에게 묻고 이를 토대로 시의 안을 마련해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속초시는 이후 100인 원탁토론회를 개최해 시민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시의회 간담회와 원로회의, 시민중심원탁회의에 상정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시장 언론 브리핑 이후 시청 인터넷 게시판에 역사부지 이전을 반대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시민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진 가운데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외곽 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접근성 결여와 철도 조기착공에 대한 악영향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돼온 동해북부선 건설을 역사 이전의 이유로 드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이다.

또 현재 역사 예정지가 충분한 공론화와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일부 입장은 잘못 알려진 것으로 주민설명회를 거쳐 결정된 곳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조양동 동광사 주변 예정지에 역사가 들어서면 철도로 인한 도심 양분과 소음피해, 경관 훼손 등이 우려된다는 시민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물류기지 등 장래성과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고려할 때 외곽으로 역사를 옮기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는 역사 이전에 대한 최소한의 자료 제공도 없이 속초시가 이를 이슈화해 시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김모(43·조양동)씨는 "어디로 옮길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옮겼을 때 장단점은 무엇인지, 옮길 경우 현 부지는 어떻게 활용할지 등에 대한 자료가 제공돼야 시민들이 이를 근거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만약 시민 의견이 역사 이전으로 정리된다면 부지선정 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이 또한 전문기관 용역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 아니냐"며 "역사 이전이 시간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이 이어지면서 지역에서는 역사 이전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실현할 수 없는 것을 이슈화해 시민 갈등만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노선 결정이 늦어지면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동서고속화철도는 예산협의 등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지역 요구사항들로 예산이 늘어나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사업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 요구사항도 타당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자료가 제시돼야 이를 가지고 기획재정부와 예산협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속초시 관계자는 29일 "역사 위치는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매듭지을 방침"이라며 "이전 쪽으로 시민 의견이 모이면 이에 대한 후속 작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