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넘치는 日언론 韓보도…日시민단체, 팩트체크 나선다

시민단체 희망연대, 신문·잡지·TV 분석해 '틀린 팩트' 찾기로
주간지 '한국 붕괴 직전' 제목…방송은 "文지지자 모두 과격파" 왜곡
전문가 "혐한보도 배경에 자신감 잃은 일본인과 시청률 지상주의"
"한국 붕괴 직전", "문재인 대통령은 일절 듣는 귀를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이라는 병"….
29일 도쿄신문이 보도한 일본 주간지의 최근 혐한(嫌韓) 기사 제목들이다.민영방송 TBS의 와이드쇼(방담 형식의 정보 프로그램) '히루오비'는 지난 22일 혐한 인사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의 책 '문재인이라는 재액(災厄)'의 책 내용을 그대로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모두 과격파지요", "한국은 판사들도 상당수가 좌익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등의 발언을 했지만, 무토 전 대사가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의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고문으로 이해당사자라는 사실은 숨겼다.

이처럼 일본 언론들이 왜곡 보도를 하며 한일 관계 악화와 혐한 분위기를 부채질하자 일본 시민단체들이 잘못된 기사를 찾아 공표하는 '팩트체크'를 벌이기로 해 주목된다.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진보단체인 희망연대는 지난 27일 도쿄(東京) 중의원회관에서 집회를 열고 혐한 보도에 대한 팩트첵크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는 시민들로부터 7월 이후 신문과 잡지, TV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혐한보도 사례를 모은 뒤 전문가의 분석을 거칠 계획이다.
만약 문제가 있는 보도라고 판단하면 해당 매체에 질문지를 보낸 뒤 보도 내용을 회답과 함께 공표할 방침이다.이 단체의 시라이시 다카시(白石隆) 대표는 "일본의 문재인 대통령 '때리기'의 과잉 배경에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차별·멸시 시각과 (한국에 대한) 우월감정이 있다"며 "(한일 갈등이) 인권 싸움인 만큼 포기하지 않고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팩트체크 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취지를 밝혔다.

시라이시 대표는 "한국이 일본에 몇번이고 대화를 요청했고, 한국 정부는 대화의 손을 뻗는 내용인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일본 정부에 사전에 전달했다"면서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의 대화 요청에 무시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외교적인 결례를 범한 것이지만 일본 언론들은 이런 사실을 소개하지 않고 '경제 문제를 군사 문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는 식으로 일본 정부의 견해에 따른 보도만 했다"며 "그 결과 '한국이 감정적이 돼 폭주했다'는 인상만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의 경우 한국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일본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은 대신 청구권 문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이 돈을 인프라 정비에 쓰고 국민에 대한 보상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실었는데, 도쿄신문은 이 역시 팩트가 잘못된 보도라고 지적했다.

시바타 다케오(柴田武男) 세이카쿠인(聖學院)대 강사는 "경제 지원금은 10년 분할이었고 일본 생산품과 일본인 역무를 제공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서 한국이 사용처를 멋대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였다"며 "당시 한국 정부는 지원금을 국민에 대한 보상에 사용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스트 다하라 소이치로(田原總一朗)씨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혐한을 부채질하는 보도에는 일본의 경제 악화가 배경에 있다.

'일본이 최고였다'는 시대와 달리 일본인은 자신감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콤플렉스에 대한 보복이 한국과 중국을 비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TV는 시청률 때문에 국민에 영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특파원 출신 언론인인 아오키 오사무(靑木理) 씨는 신문에 "많은 일본인이 한일 정세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관계가 악화해 여유가 없는 때일수록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일본은 이미 75년 전 패전에서 이런 사실을 배웠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