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선고' 대법원 앞 시끌 "사필귀정"vs"정치적 판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뇌물 안 받았다…즉각 석방해야"
진보단체 "이재용 뇌물 인정은 사필귀정…경영권 내려놔야"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내려진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모인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원의 선고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박근혜대통령무죄석방1천만국민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대법원 맞은편 도로 3개 차선에서 집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1천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집회에는 우리공화당 소속 조원진 의원과 같은당 홍문종 의원도 참석했다.무대 위 사회자가 박 전 대통령 사건이 파기환송됐음을 알리자 집회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줄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결론의 구체적 내용과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 경우 형량이 더 늘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환호는 이내 항의의 목소리로 바뀌면서 대법원을 비판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현직 대통령이 말 세 마리 때문에 쿠데타 세력에 의해 권력을 찬탈당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치적 판결을 하는 대법원은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의 주구"라고 주장했다.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칭하면서 "조국 같은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려는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정권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죄가 없다는 것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당장 석방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던 강남역까지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했다.

반면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등 진보성향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환영했다.휴대전화로 재판 중계방송을 보던 이들은 대법원이 2심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유라 말 구입액'을 뇌물로 인정하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도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판단하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며 "이재용 등 재벌 총수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주며 국정농단을 했다는 것이 변할 수 없는 진실인데, 유독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만 판결이 지연됐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이재용이 집행유예 됐던 이유가 뇌물 액수 50억원 이하였기 때문인데, 이번 선고로 이재용 구속은 피할 수 없는 외통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은 "국민의 상식, 정의와 공정의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정부와 삼성은 이재용의 경영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요구하며 지난 27일 대법원 인근에 설치한 천막 농성장을 이날 철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