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잡으려다…신축·전셋값만 급등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속출

'로또 분양' 대기수요 급증
7월이후 전셋값 상승폭 커져
오는 10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희소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축 아파트의 청약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8일 1순위 청약에서 최고 11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모델하우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서울 강남과 강북 곳곳에서 종전의 부동산 가격이 왜곡되는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신축의 희소성이 부각되며 강남 서초 마포 등의 신축 가격이 천장을 뚫었고 ‘로또 분양’을 기대하는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재건축 사업장마다 상한제 여파로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청약 대기자들도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공급을 위축시키고 부동산 가격 불안을 가져온다”며 “청약 밀집현상이 심화하면서 소수의 특정 수분양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마포 절반이 ‘신고가’
29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강남구와 마포구 등에서 이전 거래 가격을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로 입주 5년 이하의 신축 아파트나 10년 안팎의 준신축 아파트 등이 대상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준공)’ 전용 84.97㎡는 지난 5일 26억55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6월, 25억원)보다 1억5500만원 뛰었다. 37억5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153.31㎡ 아파트는 종전의 최고가를 2억원가량 넘어섰다. 도곡1차아이파크 전용 134.78㎡는 13일 20억600만원에 거래돼 이 아파트 중 처음으로 20억원을 넘었다. 강남구에서 이달 신고거래된 아파트 43건 중 절반가량인 21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 일대에서는 중대형 아파트가 가격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30억원을 넘는 거래가 다수 등장했다. 2009년 입주한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17㎡는 34억원에, 전용 115㎡는 33억원에 거래됐다. 1년 된 신축 아파트 신반포자이 전용 114㎡도 지난달 말 32억원에 손바뀜했다.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약 24억원에 거래돼 3.3㎡당 매매가가 1억원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거래는 아직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강북에서도 신축 단지가 많은 마포구에서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등 23개 단지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체 신고거래 건수(50건)의 절반 수준이다.

재건축 규제로 신축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상 탓에 서울 집값이 오히려 자극을 받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26일 기준) 서울 부동산은 0.03% 올라 9주 연속 상승했다. 상한제 발표 이후 줄어드는 듯했던 상승폭이 2주 만에 다시 회복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아파트값이 지난주 4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입주 3~5년 이내에 해당하는 준신축 단지들로 더 많은 수요가 유입되며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전세 청약 리모델링…혼란에 빠진 시장

전세시장도 폭풍전야다. 공급은 부족한 상황에서 정비사업 이주 수요,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청약 대기 수요 등이 유입되고 있다. 6월 중순만 해도 보합(0.00%)이었던 서울 전세가격은 7월 들어 0.01%(1일), 0.02%(15일), 0.03%(29일) 등 매주 변동폭을 키우다 이달엔 0.05%를 기록 중이다. 서초구는 0.20%에 가까운 상승을 지속하고 있고, 2만여 가구 ‘공급폭탄’으로 전세난이 예상됐던 강동구마저 지난주부터 상승 전환했다.

청약시장은 불확실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제도 시행이 예정대로 10월에 이뤄질지 서울 내 어느 지역까지 적용될지 불확실해 조합들이 분양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점 60점대 이상은 큰 걱정이 없겠지만 모호한 실수요자들은 청약 전략을 짜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향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28일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사당3구역을 재건축)’ 1순위 청약에선 최고 1123 대 1의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정비사업장에선 사업 단계와 관계없이 일반분양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 공급 감소가 예고되고 있다. 연내 분양이 예상되는 둔촌주공 등은 1+1 방식을, 은마 등 초기 단계 사업장은 1 대 1 재건축을 통해 손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 조합 17곳은 다음달 6일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 저지를 위한 2만여 명 규모의 큰 시위를 한다.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가 넘는 리모델링 조합들도 연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등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지만 14곳에 이르는 서초구에선 29일 ‘분양가 상한제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유정/민경진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