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인공지능 활용법 아는 인재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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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만드는 교육'은 공학에 국한돼최근 모대학 교수 워크숍에서 ‘인공지능(AI)과 교육’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AI를 만드는 교육, AI를 활용한 교육, AI 사회에 대비한 교육, AI로 사회를 좋게 변화시키는 교육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AI활용, AI사회 대비 등 교육으로
어떤 전공이든 AI 소양 갖추게 해야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AI를 만드는 교육은 인공지능 관련 과학과 공학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컴퓨터과학과 수학이 기초가 되고, 뇌과학·인지과학·심리학 등이 참고학문이 된다. 참고학문이라는 의미는 비행체를 만드는 항공공학의 경우, 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이 참고가 된다는 의미와 같다. AI 공학자가 뇌과학, 인지과학, 심리학을 참고할 뿐이다.공학인 인공지능학이 기업 경영과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침에 따라 인공지능학은 ‘AI 경영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는 최근 AI를 강조하는 교과목을 새로 추가했다. 경영학 연구뿐 아니라 경영 교육에도 AI학의 성과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가는 기회를 찾으려는 대학은 미국 스탠퍼드대의 기호 시스템학과처럼 아예 새로운 융합학과를 개설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모든 대학과 학과가 AI를 만드는 교육을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각 대학의 학과에서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 공학, 예체능, 의료·보건·복지, 문화관광, 생활(의식주) 과학, 디자인, 경영, 교육 등 모든 분야가 해당한다. 물론 각 대학의 분과학문 분야 교수들은 AI에 대한 기본적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미국 MIT의 신설 AI칼리지인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가 참고할 만한 예다. 이 칼리지는 교수진 중 절반은 과학·공학·경영·인문사회 전문가 가운데 컴퓨터와 AI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다고 밝힌다. 인공지능 대학원의 절반은 AI를 만드는 부분을, 나머지 절반은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교육하고, 이를 학부 교육으로 전파하는 전략이다.
세 번째는 AI를 활용한 교육이다. 각 대학은 인터넷 기술 발전을 활용한 온라인 강의, 온라인 캠퍼스 등으로 교육 방법을 개선해 왔다. 이제는 AI를 활용한 교육 방법을 실험하고 모색할 때다. 서울대 불어교육과는 세계 최고 음성인식 회사와 네이버 등에서 연구개발을 담당한 음성언어학 박사를 최근 교수로 임용했다. 발음 교정을 원어민 강사가 아니라 인공지능으로부터 무한반복 연습을 통해 받는 것이다. 해외 어학연수를 가지 않아도 원어민에 필적하는 발음과 언어구사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서울대 사범대가 AI 활용 교육을 선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네 번째로는 AI 사회에 대비한 교육이다. 이 부분의 논의는 많았지만 인공지능 사회에 대한 허황된 전망도 적지 않았다. 특이점이 와서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AI에 인간이 지배당한다는 식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식의 스토리텔링이 많았다. 이는 너무 비과학적이고 종말론적이다. 그렇게 거창한 사회 전망하에 그 대비책을 교육하기보다는 그 사회 전망에 대한 과학적, 비판적 검토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 급속한 사회 변화를 어떻게 민감하게 인식하고 적응해나갈 것인지 그 자세와 방법론을 교육해야 한다.
어쩌면 AI 사회에 대비한 교육보다는 AI를 활용해 사회를 좋게 변화시키는 교육이 더 필요하다. 구글은 세계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20개 AI 프로젝트(12개 국가)를 선정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위기 대응 인력 지원, 청소년 자살 대응 인력 지원(미국), 산사태 예측 및 경고, 물 관리(레바논), 쓰레기·폐기물 관리, 공기질 관리, 자살 방지(호주), 광산 난개발 관리, 저소득층 작문 교육, 물 관리(영국) 등이다.
이제 우리나라 학생들도 AI를 활용해본 경험을 갖고 졸업하게 하자. 자신이 진출할 분야에 AI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현황을 잘 파악하고, 지금의 사회 문제를 AI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과 문제 인식을 갖고 졸업하게 하자. 카메라가 발명되자 사진사로 변신한 초상화 화가처럼, 자신의 화실을 사진관으로 바꾼 사업가처럼, 로봇이 자신을 대체할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활용해 어떻게 사업할까를 구상하는 인재를 키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