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폭력 부르는 비디오게임 중독

살인 세대
1997년 미국 켄터키주 퍼듀카에서 14세 남학생이 학교 로비에서 기도하는 학생들에게 여덟 발의 총을 쐈다. 어린아이의 무차별 살상 자체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100%의 명중률이었다. 그는 이전에 실제로 사격 연습을 한 것은 단 한 번이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살인범은 수년 동안 매일 밤 사격 연습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1인칭 슈팅 비디오게임(게이머 자신이 게임 주인공이 돼 총을 쏘는 비디오게임)을 하며 총 쏘는 연습을 늘 했던 것이다. 그는 살인 현장에서도 게임을 하듯 차분하고 평온한 표정으로 한 명에 한 발씩 쏘았다.

<살인 세대>는 폭력적인 비디오게임 중독으로 청소년 등 젊은 층의 공격성이 극대화되는 현상을 분석한다. 저자는 미국 육군사관학교 심리학 교수인 데이브 그로스먼과 미디어 교육자 크리스틴 폴슨이다.공격성의 주요 원인으로 비디오게임 중독을 꼽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를 의식한 듯 저자들은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에 빠져 있는 모든 아이가 살인마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과 폭력적인 행동 사이엔 일부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병적으로 비디오 게임에 매달리면 뇌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독일 본대학에서 20~30대 슈팅 게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뇌를 스캔했더니, 게임이 아니라 실제 이미지를 봤을 때도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호쿠 의과대학에서도 비디오 게임이 시각 및 운동과 관련된 뇌 부위는 자극하지만 다른 부위들은 발달시키지 못했다.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두엽은 발달이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이런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톡스’ 과정을 거칠 것을 제안한다.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의 뇌의 독소를 빼내기 위해 일정 기간 캠핑 등을 떠나보는 것이다. 이들은 “1주일만이라도 캠핑을 떠난 아이의 뇌 스캔 사진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이를 통해 아이의 성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수원 옮김, 열린책들, 328쪽, 1만6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