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풍자·위트…다양한 유머 코드

유머란 무엇인가
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은 “지금껏 인간의 지혜는 다채로웠으나 웃음은 늘 한결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대로 웃음은 획일화돼 있지 않다. 오만가지 표현들로 이뤄진다. 낄낄대거나, 깔깔거리거나, 우렁차거나, 킥킥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웃는다. 그 소리와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군 장성이 낄낄대거나 교황이 키득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산층 여성은 방울소리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곧잘 내곤 한다. 웃음은 텍스트 혹은 지역 방언처럼 사회적·문화적 요소가 깃든 하나의 ‘언어’다.

<유머란 무엇인가>는 인간의 웃음에 담긴 의미, 웃음을 만드는 유머의 본질과 기능을 파고든다. 저자는 영국 랭커스터대 영문학 교수이자 문학 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이다.저자에 따르면 웃음은 그 자체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정확히 무엇 때문에 웃고 있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그냥 웃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웃게 되기도 한다. 웃음이 전염될 때도 있다. 곁에 있는 누군가가 웃으니까 다른 이유와 상관없이 따라 웃는다. 하지만 웃음엔 대체로 적극적인 정신 활동이 개입된다. 갓 태어났을 때부터 미소를 지을 순 있지만, 웃음은 생후 3~4개월은 돼야 가능한 것도 이와 연결된다.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에도 다양한 기능이 존재한다. 그중 전통적인 기능 가운데 하나가 풍자를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유머엔 다중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영국 문화에서 발달한 즉흥적인 유머, 즉 ‘위트’는 세련되고 우아한 동시에 신사의 멋과 오만함을 드러낸다.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말장난과 지적인 재간으로 승화하는 것처럼, 점잖게 폭력의 방식을 대변할 수도 있다.

유머와 웃음은 사회적·문화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저자는 말한다. “예술과 마찬가지로 유머도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규범들을 멀리하고 상대화하는 동시에 그런 규범들을 강화할 수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실제로 유머는 규범을 멀리함으로써 규범을 강화할 수 있다.”(손성화 옮김, 문학사상, 272쪽, 1만45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