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돗물 불신 해소, 홍보만으로 될까

환경부 '수돗물 안전' 홍보 추진
노후 설비, 관리 개선부터 힘써야

구은서 경제부 기자 koo@hankyung.com
“수돗물을 못 믿겠다.”

두 달여 전 인천에서 원인 불명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열흘 넘게 이어지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뒤늦게 인천시와 환경부가 원인을 조사해 발표했지만 수돗물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인천 외에도 서울, 포항 등 전국 곳곳의 수도꼭지에서 붉은 수돗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환경부는 내년 ‘수돗물 신뢰개선 홍보사업’에 4억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붉은 수돗물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관련 정책과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돗물이 안전한데 국민이 ‘잘 몰라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민의 불신에는 근거가 있다. 일단 수돗물을 나르는 전국 상수도관이 노후화됐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상수도관의 전체 길이는 20만9034㎞다. 이 가운데 14%인 2만9369㎞가 30년 넘은 ‘노후 상수도관’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13.5%가 노후화됐다. 강원도는 이 비율이 23.2%로 노후화가 가장 심했다.

수도관 재질이나 관리 수준에 따라 수명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관리 체계마저 부실하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은 갑작스러운 수압과 방향 전환으로 수도관 안에 켜켜이 쌓여 있던 녹과 물때 찌꺼기가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담당 공무원들은 초동 대처에 실패한 것은 물론 관련 매뉴얼도 지키지 않았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00% 인재(人災)”라고 표현했을 정도다.붉은 수돗물 사태의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여부 등을 가리기 위한 경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상수도관 점검·교체주기 등을 명문화한 수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환경부는 노후 상수관로 정밀 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2022년이나 돼야 완료된다.

환경부는 국민에게 이제 믿으라지만 불신이 쉽게 걷힐 것 같지 않다. 수돗물 참사 이후 환경부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조 장관은 수차례에 걸쳐 “수도관 관리의 1차적 책임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100% 인재’라는 표현도 담당 지자체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수도법은 수도정비기본계획 수립의 책임자로 환경부 장관을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환경부는 물관리 주무부처다. 수돗물을 믿으라며 홍보할 게 아니라 노후 상수도관과 관리 체계부터 제대로 손보는 ‘수돗물 컨트롤타워’다운 정책이 나와야 국민의 불안을 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