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온 누릴 권리' 짓밟는 집회·시위까지 법의 보호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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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근 소음·노상방뇨와 임대료 하락 호소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사직동·부암동·평창동 일대 주민 100여 명이 엊그제 ‘시위 반대 침묵 시위’를 벌였다. “밤낮없는 시위에 동네가 엉망이 됐다”며 집회와 시위 자제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시위대가 매일 확성기를 틀어대고, 마이크와 꽹과리에서 울려 퍼지는 소음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이고, 학생들 교육권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선진국은 확성기 남용 등 주민 피해 입히면 엄벌
이런 침묵 시위는 2017년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경찰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집회 시간·도구 등의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요구와 갈등이 증폭되면서 오히려 시위 횟수가 늘었다. 2016년 50건이던 청와대 인근 시위 건수는 2017년 497건으로 10배 폭증했고, 올 들어선 벌써 500건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바로 옆에는 민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조’가 한 달째 농성 중이다. 이석기 전 의원 구명위원회, 전교조 등도 청와대 인근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고 있다.집회 현장의 살벌한 풍경은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을 돌아보게 한다. 전국에서 모여든 시위대의 천막농성과 행진 및 구호 제창이 일상화됐고, 밤 12시 무렵 시위대의 노래자랑이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집회 소음은 허용치인 65dB을 훌쩍 넘어 90dB까지 측정되고 있다. 노상 방뇨에 항의하면 “아니꼬우면 이사 가라”고 조롱하고, 마당에 ‘큰 일’을 보고 도망가는 일까지 목격됐다. 재산 피해도 막심하다. 시위대 등쌀에 떠나려고 해도 집이 팔리지 않고, 가게는 손님이 급감한 대신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집회 참가자만 몰려 임대료가 추락 중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은 소극 대응과 시위대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도 법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니 듣는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제21조)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이는 변명이요 책임방기일 뿐이다. 헌법은 집회결사의 자유와 동시에 국민의 행복추구권(제10조) 사생활 보호권(제17조) 재산권(제23조) 등을 보장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를 다른 기본권보다 우위에 둘 어떤 이유도 없다. 미국 뉴욕시가 집회신고 시 별도의 확성기 사용 허가를 내주는 등 선진 각국이 엄격한 기준을 운영하는 것은 다양한 기본권의 조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
한국도 ‘평온을 누릴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재산 피해나 사생활 평온을 해칠 우려가 뚜렷한 경우’ 집회나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사문화된 실정이다. 청와대와 법원 등의 편향된 판단이 그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경찰의 날 축사에서 “집회·시위 대응에 경찰력을 과도하게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법원도 “미신고 집회지만 불법성이 없다”며 무죄를 판결하는 등 법치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보니 그릇된 시위문화가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도 적법 절차를 거쳐야 함은 당연하다. 비폭력·평화 집회는 보장하되 불법행위엔 엄정 대처하는 공권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