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심리한 대법관들, 뇌물 법리 놓고 이견

뇌물죄 공동정범 법리 두고 "일반 뇌물죄 성립" vs "3자 뇌물죄가 맞다"
'말 구입액·영재센터 지원금' 뇌물 인정도 이견…'안종범 수첩' 증거력은 의견일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 참여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조희대 대법관 등 12명의 대법관은 각 피고인과 검찰, 특검이 주장한 상고이유에 대해 대부분 의견 일치를 이뤘다.다만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을 둘러싸고는 뇌물죄 법리 측면에서 첨예한 이견을 보였다.

다수 대법관은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넨 뇌물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들은 "공무원(박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최씨)이 받은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한 경우 공무원과 비공무원 둘 다 일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반면 조희대·안철상·이동원·박상옥 대법관은 이 같은 다수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면 제삼자 뇌물수수죄 성립 여부가 문제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 최씨에게 승마 지원 관련 뇌물을 건네도록 했다면 일반 뇌물수수죄가 아니라 제삼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일반 뇌물수수죄와 제삼자 뇌물수수죄는 범죄의 성립요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 같은 대법관들의 견해 차이는 향후 진행될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반 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과 뇌물 범죄를 모의한 공동정범이 뇌물을 수수한 경우 곧바로 유죄가 인정되지만, 제삼자 뇌물수수죄는 범죄에 관여한 공무원과 뇌물을 준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있어야 유죄가 인정된다.

결국 소수의견의 논리대로 삼성의 승마지원에 제삼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삼성 측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검찰이나 특검이 추가로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법관들은 최씨의 딸 정유라 씨가 삼성의 지원을 받아 사용한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건넨 지원금이 뇌물인지를 놓고도 견해차가 있었다.

다수 대법관들은 말 3마리의 실질적 처분 권한을 최씨가 가졌기 때문에 말 구입액인 34억원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또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대통령의 직무권한 사이에서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뇌물로 인정했다.

반면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최씨에게 처분 권한이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에 경영권 승계작업 현안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다수 의견에 따라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더라도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소수의견을 토대로 무죄 주장을 끈질기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쟁점으로 보였던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명력을 두고는 대법관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대법관들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중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을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정함이 증명된 진술증거'에 해당한다는 2심 판단에 동의했다.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불러준 면담내용을 수첩에 기재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전문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2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