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이 경쟁력이다

韓 여성인력 활용, 아시아 하위권
저성장 문제 해결 위해 주목해야

김동원 < 고려대 경영대 교수 >
한국은 경제 규모로 세계 11위 대국이며, 2030년엔 7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5000만 명,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를 강대국으로 본다면 한국은 2030년에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7대 강국에 포함된다.

하지만 압축 성장 탓인지 한국의 노동 통계는 아직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은 창피한 구석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통계로 ‘잦은 파업’ ‘긴 근로시간’ ‘잦은 산업재해’ 등을 들 수 있다. 또 하나의 초라한 통계는 ‘낮은 여성 인력 활용도’다.한국의 여성 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고 대학생 중에도 여학생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비율은 남성에 크게 못 미친다. 남성 고용률이 약 76%인 데 비해 여성 고용률은 57%에 불과하다. 여성이 관리자나 임원으로 성장하는 비중도 극히 낮다. 직장에서 여성 관리자 비율은 전체의 12.5%, 여성 임원은 2.3%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OECD 회원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인구와 경제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첫째,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필연적으로 여성, 노령인구, 외국인, 장애인 등 대체 인력 활용이 시급한데 여성 인력 활용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은 국가와 가계 차원에서 많은 교육 비용을 들여 고학력의 우수한 여성 인력을 육성해왔지만 이들의 능력과 재능을 잘 살리지 못하고 사장시키고 있다. 이는 투자와 활용 측면에서 볼 때 국가적인 큰 손실이다. 고학력 여성 인력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 경제에 활력을 북돋아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올해 골드만삭스는 ‘위미노믹스(womenomics)’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노동시장에 남녀의 동등한 참여가 이뤄진다면 국내총생산(GDP)이 14.4%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째, 여성 인력 활용을 통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여성 관리자나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이 제공하는 대부분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남녀가 비슷한데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관리자와 임원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라면 소비자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다양성은 의사결정의 창의성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경제가 활력을 잃고, 결국은 경제강국 대열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수년째 2~3%에 그치고 있어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여러 대내외 요인으로 1~2%대 경제성장이 예측된다.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은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 침체 상태의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주요한 방안이다. 고학력의 우수 여성 인력들은 이대로 사장시키기엔 너무나 아까운 인적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