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미묘한 시기 "미군기지 조기반환"…'대미 메시지' 담겼나

지소미아 종료 후 한미 '불협화음'…해리스 대사 면담 등 잇따라 美에 메시지
靑 "美측에 사전통보, 정해진 환경평가 절차에 들어가는 것 뿐" 확대해석 선그어
"방위비 협상 염두 심리전" 분석도…일각선 "한미동맹 균열" 우려도 제기
청와대가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26개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조기반환 추진이 논의됐다는 점을 언론에 공개했다.청와대 측에서는 "정해져 있던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동맹국 간 군사분야 협의 상황을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한 '형식'이나 사실상 미국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포한 '내용' 측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부에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이후 한미 간 '불협화음'이 감지되는 듯한 미묘한 시점에 청와대의 이번 발표가 이뤄졌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바꿔말해 이번 발표에 일종의 '대미 메시지'가 담겨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최근 미국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비판적 입장을 거듭 밝혔고, 이에 청와대도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대응 기조를 보였다.

나아가 지난 28일에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미국이 실망과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이날 '주한미군기지 조기반환 추진' 발표 역시 그 연장선에서 미국을 향한 우리 정부의 불불편한 기류를 표출하는 동시에 일종의 '압박' 성격을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실제로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원주, 부평, 동두천 지역의 4개 기지는 기지 반환이 장기간 지연됨에 따라 사회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압박' 성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청와대의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가 이날 발표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건 고도의 심리전이다.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잘못하는 부분을 공개해 직간접적으로 대내외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에서 한국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 표출을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도 그냥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잘못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우리 국민을 향해 동시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을 대등하게 끌고가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도 함께 내놨다.

그는 "그리고 향후 방위비분담 협상을 앞두고 우리 측이 미군을 위해 간접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는지 및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이 겪는 불편과 손해 역시 엄청난 비용이자 방위비 분담이라는 점을 얘기하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일련의 행동들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김 교수 역시 "문제는 미국이 꿈쩍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이미 정해져 있던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것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가 아닌 것은 물론, 이미 미국과 논의가 된 사안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환이 예정됐던 미군기지 80개 중 지금까지 54개가 반환됐고 26개가 남았는데 계속 진행이 돼오던 것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라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반환개시 및 협의-환경협의-반환건의-반환승인-이전 등 5단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반환개시 및 협의'는 이미 이뤄졌고 '환경협의' 단계에서 지연이 되던 기지들에 대해 '반환건의' 착수 단계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한미 안보현안과 연결 짓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역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