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재야단체, 31일 송환법 반대시위 취소…충돌위기 넘겨

중국 중앙정부 건물까지 행진 시 경찰과 물리적 충돌 발생 우려한 듯
시위 주도자 체포에 재야단체 인사 테러 등 위기 고조에 한발 물러서
31일 대규모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예고했던 홍콩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이 시위를 취소했다고 dpa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30일 보도했다.당초 민간인권전선은 31일 오후 홍콩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집회를 연 후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반대 집회,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모인 도심 시위, 이달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 등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단체이다.

민간인권전선 측은 "우리는 시위 참가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시위 취소 이유를 밝혔다.전날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로 인한 충돌과 부상자 발생을 우려한다며 31일 집회와 행진을 모두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경찰이 모두 거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공공집회·행진 상소위원회에 경찰의 시위 불허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으나,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민간인권전선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이날 위원회 결정 후 시위 취소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로서는 할 일을 다 했으며, 우리는 향후 보통선거권을 요구하는 또다른 행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31일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이날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집회 후 중련판까지 행진할 경우 시위대와 경찰의 극렬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것이 31일 시위 취소의 주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지난달 2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중련판 건물 앞까지 가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으며, 이는 중국 중앙정부의 강한 반발을 샀다.

만약 31일 행진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중국 중앙정부를 모욕하는 행위를 하고 경찰과 극렬한 충돌을 빚을 경우, 이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는 것은 물론 중국에 무력개입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민간인권전선이 31일 시위를 취소한 것은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 등 시위 주도 인물들이 이날 잇따라 경찰에 전격 체포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전날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대표도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복면을 쓴 괴한 2명의 습격을 받아 친중파 진영이 31일 시위를 막기 위한 '백색테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