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집권 앞둔 아르헨, 국가부도 '문턱'

122조원 채권만기 일방 연장
S&P 신용등급 B- → SD로
'디폴트 직전 단계'까지 추락
아르헨티나의 국가 신용등급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떨어졌다. 오는 10월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후보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아홉 번째 디폴트에 빠지는 것이 임박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SD(선택적 디폴트)로 내렸다. SD는 국가 채무 가운데 일부를 갚지 못할 때 적용하는 등급이다. D(디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단계다.

S&P는 “아르헨티나는 일방적으로 채권 만기를 연장했다”며 신용등급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28일 1010억달러(약 122조1000억원)에 이르는 채무 상환이 미뤄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에르난 라쿤자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70억달러 규모의 단기물 채권 상환을 연기하고, 500억달러 규모의 장기물 채권도 만기를 재조정할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지급한 구제금융 440억달러에 대해서도 채무 만기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최근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11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좌파 포퓰리즘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현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 이후 경제 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로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화 가치와 주가는 폭락했다.페소화 환율은 지난 9일 달러 대비 45.31페소였으나 예비선거 뒤 14일에는 60페소 수준까지 치솟았다. 페소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후에도 페소화 환율은 50페소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증시 메르발지수는 9일 이후 현재까지 46%가량 폭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앞으로 5년 이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을 90%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시장 정책으로 경제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던 마크리 대통령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리 대통령이 집권했던 지난 4년간 물가는 크게 상승하고, 두 자릿수 실업률도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마크리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IMF의 구제금융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에 붕대를 감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