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폐지·정시 확대' 목소리 커지지만…실현 가능성은 '희박'

"수능이 부모 소득·사교육 영향 더 커" 연구결과도…교육부 "대학감사 때 불공정 살필 것"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 진학 과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며 수시 공정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현행 대학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와 함께 아예 과거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입시를 통일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31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입학사정관 및 학종 전형으로 대학에 간 사람을 전수조사하라"는 청원이 일주일 만에 4만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자는 "교외 수상 경력, 해외경험 등의 학생부 부정기재 등 미성년 논문보다 더 심각한 사례가 많다"면서 "전수조사가 힘들다면 상위 대학인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조사라도 선행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요구했다.또 다른 청원은 "입시 비리의 온상인 수시를 폐지하라"면서 "수능 시절에는 돈이 많든 집안이 좋든 실력으로만 명문대에 입학했는데, 수시와 학종이 도입된 후 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1만5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런 청와대 청원은 학종과 수시에 대한 불신의 시선을 보여주는 사례다.장녀는 대학에 보냈고 차남은 고교 2학년인 정 모(52) 씨는 "수능으로 통일하면 준비하기도 수월하고 선생님이나 대학 입장에서도 편할 것 같은데 수시를 늘린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아이가 교내외 활동으로 학종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수시나 학종 폐지는 지금으로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교육 관료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수능이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을 치른다는 점에서 일견 더 공정해 보이지만, 수능 같은 일제고사는 부모 소득이 높고 사교육을 더 받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기회의 형평성으로 보면 더 불공정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경제통계학 전문가인 최필선 건국대 교수와 민인식 경희대 교수가 발표한 2015년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 연구는 대입 전형이 정시·수능 위주였던 2007년 부모 교육·소득 수준이 자녀의 대학 진학과 수능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의 수능 성적이 높은 경향이 확인됐다.

부모가 소득5분위인 경우 자녀의 수능 성적이 1∼2등급인 비율이 11.0%에 달했는데, 부모 소득이 1분위로 내려가면 자녀 수능 성적이 1∼2등급인 비율이 2.3%에 그쳐 약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정시 확대'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남녀 2천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고소득층일수록 '대학입학전형에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항목'으로 수능 성적을 많이 택했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인 응답자는 38.2%, 소득 400만원 이상∼600만원 미만인 응답자는 29.7%가 수능을 선택했다.

반면 2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 응답자는 '특기·적성(30.4%)'이 대입에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답했다.

소득 200만원 미만 응답자도 28.6%가 특기·적성을 택했다.

이를 두고 한 교육통계 전문가는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교육 분야 여론은 수도권 거주·고학벌·고소득 부모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교육을 시킬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은 학종보다 수능이 사교육 효과가 더 명확하다고 여긴다"고 분석했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지난해 대입전형을 놓고 대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결과 '정시 30%' 결론이 나온 점도 수시 폐지 여론을 부분적·일시적이라고 여기는 근거로 작용한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수시·학종 전수조사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종을 큼직하게 나눠 보면 학생이 학교 안팎의 활동으로 지원 자료를 만들고, 이를 대학이 평가하는 2단계 구조"라면서 "이를 전수조사한다는 것은 모든 대학과 고등학교, 교사, 봉사활동 기관 등을 잠재적 범죄의 가능성으로 조사하는 것인데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약학대학 교수인 모친 도움으로 연구실적을 꾸며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했다가 입학 취소된 학생 사례처럼 특정 사안 제보에 따른 조사는 가능하더라도, 전수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종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교육부는 "대학 감사를 진행하면서 입시전형이 불공정하지는 않은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학종이 신뢰할 수 있는 대입제도가 되도록 개선사항은 없는지 지속해서 살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