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퀴어축제 개최…반대 종교단체는 '맞불 집회'(종합)

경찰 경비인력 2천300명 행사장 배치…양측 분리해 큰 마찰 없어
지난해 기독교 단체와 행사 참가자 사이에 벌어진 마찰로 무산된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올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경찰이 경비 인력을 대거 축제장 주변에 배치함에 따라 양측의 몸싸움 등 지난해와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24개 단체가 모인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3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쉼터광장 일대에서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퀴어문화축제는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다. 2000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전국 각 지역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축제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장 주변에 마련된 50여개 체험용 부스를 둘러보고 각종 공연 등 무대 행사도 즐겼다.

인천퀴어축제 주최 측은 이날 행사 참가자가 약 800명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약 500명으로 추산했다. 이번 축제에는 호주·영국·아일랜드·프랑스·독일 등 10개 주한대사관도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진행될 본행사가 끝나면 부평역 쉼터광장에서 부평시장역까지 1.7㎞ 구간을 2시간 동안 행진하며 성 소수자의 인권을 알릴 예정이다.

임신규 인천퀴어축제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이번 축제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알리는 계기"라며 "성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그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시민들과 함께 공감했다"고 말했다. 인천기독교총연합회는 이날 부평역 인근 부평공원 등지에서 축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올바른 인권세우기 운동본부' 회원 등 300명도 부평역 인근에서 행사 개최를 반대한다고 외쳤으며, '전국학부모연대'도 퀴어축제 퍼레이드가 진행될 부평문화의거리에서 200여명이 참가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축제 반대 단체 측은 5천명이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2천500명 정도 모인 것으로 집계했다.
반대 단체는 '동성애의 죄악.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축제 주최 측을 비판했다.

축제 참가자들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사랑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였다.

기독교 단체는 축제장 주변에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 결혼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동성애 반대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반면 행사장 한 쪽에는 '성 소수자 차별없는 인천, 모든 시민이 평등한 인천을 원합니다'라고 쓴 주최 측의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조영래 인천기독교총연합회 사무처장은 "어린 학생들도 모두 지켜 보는 공공장소에서 동성애자들이 미풍양속을 해치는 복장을 한 채 여는 축제를 반대한다"며 "시민들에게 동성애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해 무산된 첫 축제 때보다 3배가량 많은 경비 인력을 이날 투입하면서 일부 축제 참가자와 반대 단체 회원이 언성을 높이는 정도의 실랑이는 있었으나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천경찰청은 경기북부경찰청 등 다른 지방경찰청의 지원까지 받아 모두 39개 기동 중대 소속 경찰관 2천300명을 이날 행사장 주변에 배치했다.

지난해 첫 행사 때에는 기독교 단체와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축제장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면서 성 소수자 단체와 큰 마찰을 빚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행사는 오후 들어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행사장인 부평역 쉼터광장과 행진이 진행되는 도로 일부 구간에 안전펜스 350개를 설치했다"며 "경찰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축제와 반대 집회가 모두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