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까지 '직진'한다지만…'曺 시나리오' 놓고 속내 복잡한 與

"이젠 '진영대결'…본인 소명으로 돌파할 때까지 물러서면 안돼"
'임명 강행' 시나리오 유력…청문회 전후 자진사퇴 등도 거론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거센 청문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조 후보자를 향해 지금것 제기된 각종 의혹, 특히 자녀 특혜 논란을 놓고 핵심 지지층인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기에 검찰 수사라는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조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과 이제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갈등이 '진영 대결'의 양상을 띠게 됐다는 점 때문에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상황인식을 보이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 후 나온 언론 보도로 민주당 지지층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트라우마까지 떠올리면서 '조 후보자 사수'의 기치 하에 결집하고 있다.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개인의 자질 논란을 떠나 진영 대결이 됐기 때문에 절대 밀려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라며 "청문회에서 본인이 충분히 소명을 해 돌파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대외적으로는 '인사청문회까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도부부터 개별 의원까지 조 후보자 엄호 기조를 분명히 하며 하루가 멀다고 옹호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주 간 쉴 새 없이 의혹과 논란이 쏟아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흐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진행한 여론조사(tbs 의뢰·전국 유권자 502명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는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4.5%로, 찬성한다는 응답 39.2%를 앞질렀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27∼29일 여론조사(성인 1천4명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한 응답자(57%)가 '적절하다'고 한 응답자(27%)보다 배 이상 많았다.각종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난타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해도 사법개혁 등 업무수행 동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를 검찰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전망은 더욱 '시계제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찰 수사 전에는 조 후보자 청문회를 한 뒤 임명할지 말지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청문회를 할지 말지, 임명을 해야 하는지, 임명 후 거취를 정리해야 하는지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됐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도무지 앞으로의 전개 양상을 예측할 수가 없다.

청문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할뿐더러 청문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전망해봤자 가정에 가정을 거듭하는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만 여권 내의 기류를 살펴볼 때 현재로서는 '임명 강행' 시나리오가 유력해보인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제기된 '청문회 연기론'에 청와대가 분명한 선을 그은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탠다.

국회 청문회가 열리면 최대한 의혹을 소명하고, 청문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조 후보자가 '국민 청문회' 등 따로 소명하는 기회를 가진 뒤 임명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단언컨대 청문회 전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는 없을 것"이라며 "청문회 이후에도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 이상의 불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퇴하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정면 돌파'에 성공할 경우 문재인 정부로서는 조 후보자를 지키면서 사법개혁 의지를 한층 확고히 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야당의 거센 반발과 정국 경색, '불통' 이미지에 따른 민심 이반 등으로 당 지지율 등에 미치는 타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의 사퇴를 점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만 당청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해 공개적인 의견 표출은 최대한 삼가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미 사퇴를 하기에는 늦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하는 것이 가장 나을 수 있다"며 "청문회 등을 통해 소명한 뒤 자진해서 사퇴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청문회 전 자진 사퇴·지명 철회나 청문회 후 임명 전 자진 사퇴, 임명 후 사퇴 등의 방식으로 상황이 흘러갈 경우 당은 조 후보자 의혹으로 짊어진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과 타격 역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