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화학기업' SKC, 첨단소재 기업 변신

화학사업 일부 매각 후
배터리 소재 제조사 인수

SKC코오롱PI 지분 매각 검토
이완재 사장 "사업구조 변화 원년
혁신적 글로벌 소재회사 될 것"
SK그룹 계열사들이 변신 중이다. SKC는 주력 사업을 화학 분야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재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국산화에 나섰다. 그룹 계열사들이 기존 주력 사업에서 벗어나 첨단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첨단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SKC1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전통 주력인 화학 부문에서 탈피해 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1973년 화학회사(옛 선경석유)로 출발한 이 회사는 최근 화학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지분 49%를 쿠웨이트 석유화학회사인 PIC에 5500억원을 받고 팔았다. 화학 부문 일부를 떼어내 매각한 것이다. 자회사인 SKC코오롱PI의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SKC코오롱PI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8년 27%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화학회사다.

SKC는 대신 1조2000억원을 들여 동박회사인 KCFT를 인수하기로 했다. KCFT는 LS엠트론의 동박사업부와 박막사업부가 결합해 탄생한 회사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을 제조한다.

SKC가 자동차, 조선 등에 쓰이는 프로필렌옥사이드(PO) 제조 등 화학 부문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소재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화학보다 소재 부문의 매출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화학과 소재 부문 매출 비중은 각각 32%, 12%였다. SKC는 그동안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이런 움직임은 최태원 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딥체인지’(근본적인 혁신)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완재 SKC 사장(사진)은 “올해가 SKC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자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혁신적 글로벌 소재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소재 국산화 나선 SK머티리얼즈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SK머티리얼즈는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9일 경북 영주시 본사에서 ‘IT 소재 솔루션 플랫폼’이란 상설 기구를 출범시켰다.이 플랫폼엔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해 나노종합기술원, 한국반도체연구조합, 한국전기연구원, 인하대, 광운대 등이 참여했다. 플랫폼에선 △친환경 세정 및 절연가스 △반도체 칠러(냉각장치)용 절연 냉매제 △반도체용 고기능성 웨트 케미컬(세정액 및 식각액)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집중 연구할 계획이다.

1차전지 및 충전지 제조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중국과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투자금은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등 글로벌 은행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생산 공장 인근에 공장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양대 축산업계에서는 SK그룹 계열사들의 사업구조 재편 움직임에 대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반도체와 배터리를 꼽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업 분야가 조금씩 겹치던 화학 계열사 간 사업 교통정리를 통해 첨단 소재 분야를 키우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룹 내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을 제외한 제조업 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큰 SKC의 움직임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SKC 고위 관계자는 “사업 재편은 4~5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며 “수년에 걸쳐 사업 구조에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