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강사법 덮쳐…대학들, 앞다퉈 '강의 구조조정'

이수학점 낮춰 강의 수 줄이고
대형강의 비중 높여 비용 절감
수업質 떨어져 결국 학생만 피해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으로 강사 고용 부담이 커진 대학은 본격적인 ‘강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1일 경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올해 2학기 정경대학과 호텔관광대학, 생활과학대학, 경영대학, 이과대학에서 개설한 강의 수는 지난해 같은 학기와 비교해 대폭 감소했다.

경희대는 2018학년도부터 정경대학과 호텔과학대학, 경영대학 등 다섯 개 단과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졸업이수학점 기준을 기존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내렸다. 학기당 최대로 수강할 수 있는 학점도 18학점에서 15학점으로 낮췄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졸업이수학점 축소가 시행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전공 수업이 줄었다”며 “원하는 강의를 듣는 건 둘째 치고 수업을 듣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학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 논의가 본격화되자 앞다퉈 졸업이수학점 기준을 낮추기 시작했다. 창원대는 지난해 문과대학과 사회과학대학(법학과 제외), 예술대학 등의 졸업이수학점을 기존 140학점에서 130학점으로 내렸다.대학은 취업 준비로 바쁜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덜어주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졸업이수학점 기준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개설 강좌 수를 줄여 강사 고용 부담 등을 덜기 위한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졸업이수학점을 줄이는 것은 예산 절감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학들의 고육지책”이라고 털어놨다.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졸업을 위해 필요한 수업을 채우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개강을 앞둔 학생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의를 사고파는 글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일수록 비싼 값에 거래됐다.수업의 질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196개 대학이 개설한 강의 중 수강 정원이 50명을 넘어서는 대형 강의는 4만2557개로 전년 동기(3만9669개) 대비 2888개 늘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