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뒤흔든 '무서운 10대'…'재미동포' 노예림 깜짝 선두

캄비아클래식 3R 19언더파
월요 예선 거쳐 우승 '눈앞'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무서운 10대’가 등장했다. 출전권이 없어 월요 예선을 통해 대회에 나와 내로라하는 언니 골퍼들을 제치고 우승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18세인 재미동포 노예림(영어 이름 ‘예리미 노’) 얘기다.


노예림은 1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CC(파72·6476야드)에서 열린 캄비아포틀랜드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대회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중간합계 19언더파 197타로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한나 그린(호주)을 세 타 차로 따돌리고 프로 데뷔 후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지난 7월 손베리크리크클래식에서 공동 6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지 한 달여 만이다.KEB하나은행 소속의 노예림은 1998년 미국으로 이민 간 아버지 노성문 씨와 어머니 김지현 씨의 외동딸이다. 큰 키(175㎝)로 만들어내는 장타가 주특기. 그는 지난해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캐나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등 아마추어 대회에서 네 차례나 우승하고, 미국주니어골프협회 ‘올해의 여자 선수’로도 뽑혔다. 올해 초 프로로 전향했지만 나이가 어려 Q시리즈에 참가하지 못해 참가 자격이 없는 선수들을 위한 월요 예선을 통해 이번 대회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공동 4위로 3라운드를 시작한 노예림은 무서운 속도로 언니들을 따라잡았다. 2번홀(파3) 버디를 시작으로 전반에만 4타를 줄이고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더해 2위로 올라섰다. 그린이 주춤하는 사이 15번홀(파4)에서 한 타를 더 줄이며 공동 선두에 올라선 뒤에는 17번홀(파4)과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잇따라 추가하며 리더보드 최상단을 꿰찼다. 이날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76야드로 사흘 중 가장 길었다. 페어웨이는 네 차례, 그린은 두 차례만 놓쳤다. 퍼트는 27개로 막았다.

이 기세를 몰아 최종 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켜내면 LPGA투어 역대 세 번째 ‘월요 예선 통과자 우승’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LPGA투어에서 월요 예선을 통해 출전, 정상에 오른 선수는 2000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의 로럴 킨(미국), 2015년 포틀랜드 클래식의 브룩 헨더슨(캐나다)뿐이다.한국 선수 중에는 2009년 이 대회 우승자인 허미정(30)이 13언더파 203타 공동 5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레이디스스코티시오픈에서 5년 만에 통산 3승을 수확한 데 이어 통산 4승 및 시즌 2승에 도전한다.

2라운드에서 11언더파 61타로 이 대회 한 라운드 역대 최저타 기록을 세운 김세영(26)은 한 타를 잃어 박성현(26) 등과 11언더파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박성현은 버디를 5개 골라냈지만 보기는 4개, 더블보기는 1개를 범했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은 7언더파 공동 27위를 기록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