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25분이나 갇힌 교황'…삼종기도회 지각 참석

신임 추기경 13명 깜짝 발표…무슬림 국가 출신도 2명 포함
일요일인 1일 정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삼종 기도회를 위해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가톨릭 신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약속된 시간에 바티칸 대성당 3층 정중앙에 위치한 교황의 창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교황이 일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삼종 기도회에 '지각'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교황은 정오에서 7분여가 더 흐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교황은 신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려는 듯 "우선 늦은 이유를 말씀드려야겠다"고 서두를 꺼낸 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25분이나 갇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관들 덕분에 무사히 구조됐다"면서 자신을 엘리베이터에서 빼내 준 소방관들에 대한 박수를 요청한 뒤 준비한 강론을 시작했다.

교황이 당시 엘리베이터에 혼자 있었는지, 수행원들과 함께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2015년 두 명의 수녀가 바티칸 내 엘리베이터에 3일 동안이나 갇힌 사례가 있긴 하지만 교황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현지 방송에 생중계되는 삼종 기도회에 이례적으로 교황이 늦게 나타나자 일각에선 교황에게 건강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불러일으켰다.

어릴 때 폐 일부분을 잃은 교황은 가끔 좌골쪽 통증으로 찡그리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교황은 이날 삼종 기도회 말미에 13명의 신임 추기경 명단을 깜짝 발표했다.

이 가운데 10명은 80세 미만이어서 차기 교황에 선출될 자격이 주어진다.

쿠바, 콩고, 과테말라 등 개발도상국 출신이 다수 포함됐으며, 무슬림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모로코, 인도네시아에서도 추기경이 1명씩 배출됐다.

교황은 또 평소 이민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꾸준히 지원 활동을 해온 사제 2명을 추기경으로 선택했다.추기경 출신지를 유럽 일변도에서 보다 다양화하려는 의도와 함께 가톨릭 교회가 소외된 이들의 버팀목이 되기를 소망해온 교황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