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 美 482개 vs 韓 10개…법인세 인하·규제 완화가 갈랐다

韓·美 유턴기업 극과 극

전경련, 5년간 유턴기업 조사
강력한 유인책 없인 공염불
최근 5년간 미국으로 돌아간 ‘유턴기업’ 수가 한국의 46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턴기업이 창출한 일자리 수를 비교하면 미국이 한국의 269배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업 친화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데 비해 한국 내 기업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5년(2014~2018년)간 국내로 돌아온 유턴 기업이 연평균 10.4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대기업 중 첫 유턴 사례인 현대모비스의 울산 전기차 부품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한경DB
한국 유턴기업은 연평균 10.4개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한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로 돌아온 기업 수는 52개사로 집계됐다고 2일 발표했다. 연평균 10.4개사가 해외에서 한국으로 유턴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기업 유턴 촉진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의 유턴기업 수는 2411개였다. 미국의 유턴기업 수는 연평균 482개로 한국의 46배였다. 연도별로 보면 미국 내 유턴기업은 2010년 95개에서 2014년 340개, 지난해 886개로 급증했다. 반면 한국 내 유턴기업은 유턴법 시행 직후인 2014년 22개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을 뿐 이후에는 매년 10개 안팎에 그쳤다.

두 나라 유턴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 격차는 더 컸다. 미국 유턴기업이 5년간 창출한 일자리는 26만2574개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 유턴기업에서 생겨난 일자리(975개)의 269배였다. 2013년 미국 내 유턴 기업의 고용창출효과는 외국인직접투자의 두 배에 달했다. 2017년엔 미국 제조업 신규 고용(14만9269명)의 55%가 유턴기업의 몫이었다.

유턴기업당 신규 일자리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 109개로 한국(19개)보다 여섯 배가량 많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인 반면 미국의 유턴기업은 대기업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전경련 분석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애플과 제너럴모터스(GM), 보잉, 인텔 등의 일부 해외 공장이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이들 기업이 창출한 신규 일자리는 애플 2만2200여 개, GM 1만3000여 개, 보잉 7700여 개, 인텔 4000여 개 등이다.
“법인세 감면으로 유턴기업 증가”전경련은 두 나라 정부의 기업 정책 차이 때문에 유턴기업 수와 일자리 창출 격차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친기업 정책을 펼쳤지만, 한국 정부는 유턴법을 시행했을 뿐 실질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미국은 법인세 인하, 감세정책 등 기업 친화정책을 폈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섰다. 해리 모저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회장은 전경련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중국 내 임금 상승과 지식재산권 문제, 미국 소비자들의 미국산 제품 선호 등이 유턴기업 증가에 영향을 줬다”며 “미국 정부의 법인세 감면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 생산이 비용절감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정부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업 수를 비롯한 여러 실적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문제점을 조사해 숙련된 제조업 노동인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해 정부가 ‘유턴기업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유턴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유턴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유턴기업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진한 유턴기업 성과와 해외투자금액 급증,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등은 모두 국내 기업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를 통해 체질 변화를 이뤄야 유턴기업이 늘어나고 국내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