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5조 관제펀드, 시장선 '찬밥'

정부 추진 글로벌스마트시티펀드
3수 끝에 간신히 운용사 선정

"목표만 거창, 사업전망 불투명"
▶마켓인사이트 9월 2일 오후 4시27분

정부가 야심차게 조성하는 1조5000억원짜리 관제(管制) 펀드가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펀드를 운용할 회사를 찾는 데 세 번이나 입찰을 시도해서 겨우 운용할 곳이 나타났을 정도다. 정부는 국내 연기금 자금 등을 유치해 1조5000억원의 펀드를 만들겠다는 복안이지만 연기금이 투자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2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 마감된 ‘글로벌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 펀드(PIS펀드)’의 모펀드 운용사 모집에 2곳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KIND는 오는 11일 두 곳 중 한 곳을 모펀드 운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10월에 투자 계약서를 체결하고, 연내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KIND는 해외건설촉진법에 따라 작년 6월 설립된 정부 차원의 해외투자 개발사업 지원기관이다.

이날 경쟁 입찰이 성립하기는 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12월 해외 건설부문이 단순 도급에서 대규모 투자 개발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해외수주 활력제고 및 수출 활력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PIS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특히 중진국의 도시 개발을 통째로 수주해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것을 국내 기업의 신종 먹거리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PIS펀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줄로 제시됐다. 기재부는 1단계로 1조5000억원짜리 펀드를 만들되, 상황을 봐서 3조원까지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거창한 계획에 비해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는 이 펀드를 6000억원짜리 모펀드와 9000억원짜리 자펀드로 나눠서 운용하기로 하고 지난 5월 모펀드를 운용할 회사(GP)를 모집했는데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6월에도 다시 입찰했지만 한 곳만이 입찰에 참여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처음에 투자자금의 0.2%로 제안했던 수수료를 0.3%로 올렸다. 계약기간도 ‘1회 자동갱신 조항’을 추가해 당초 5년에서 사실상 10년으로 늘렸다. 이날 ‘3수 도전’ 끝에 운용사 2곳의 지원을 받은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다.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PIS펀드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모펀드와 민간투자자로 구성된 자펀드가 투자 대상이 정해지면 약정 비율에 따라 자금을 넣는 캐피털 콜 방식의 블라인드 펀드다. 모펀드는 이미 누가 얼마나 돈을 낼지 정해져 있다. 정부 재정 1500억원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로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갹출하는 4500억원이다.

하지만 자펀드 9000억원을 구성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자펀드에는 수출입은행 등이 2000억원을 투자하고 연기금·공제회·자산운용 업계 등에서 나머지 7000억원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시티 같은 것은 미래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타인 자금을 받아서 일정 수익률을 내려는 곳에서 투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KIND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모펀드 운용사로 탄탄한 회사가 나섰고, 해외에서도 큰손들이 자펀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가 있지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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