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모펀드 뭔지 몰랐다"…'5촌조카 출국' 검찰 수사로

투자 경위 밝혔지만…핵심인물 해외출국·거액투자 이유 소명은 '미완성'
조 후보자 "5촌 조카, 하루빨리 귀국해 수사 협조하길"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가족의 10억원대 사모펀드 투자에 대해 "(인사청문회 준비 전까지)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며 미공개 정보 이용 등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그러나 아무 문제가 없다면 왜 사모펀드 투자를 추천한 5촌 조카 조모(36) 씨가 의혹 제기 이후 해외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는지, 어떻게 선뜻 거액을 투자했는지 등에 대해선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은 검찰의 수사 과제로 남게 됐다.

◇ '집안의 장손' 5촌조차 추전으로 사모펀드 투자조 후보자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저는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라는 이름 자체를 이번에 알게 됐다"며 사모펀드 투자 사실을 제대로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저희 집 경제 문제는 제가 아니라 제 처가 관리해 상세한 것은 모른다", "저희가 정보가 좀 부족하고 무지한 투자자다", "(배우자가) 개별 투자한 것(주식) 손해를 엄청 본 사람"이라고도 했다.

공직자로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해 법적 규제가 없는 사모펀드에 투자해 이득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 자체와 무관하게, 투자 과정 자체를 아예 몰랐고 구체적 사항은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조 후보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조 후보자 배우자는 상속받거나 직장을 다니며 모은 재산 일부를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 후보자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직접투자에 제한이 생기자, 투자금액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5촌 조카 조씨에게 상의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 집안 장손이라는 조씨는 주식·선물 투자 서적을 펴내고 '조선생'이란 필명으로 주식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를 운영했던 인물이다.조카 조씨는 자신과 아주 친한 사람(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이모 대표)이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수익률이 높다면서 코링크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 투자를 권했다고 조 후보자는 설명했다.

이후 조 후보자의 배우자와 두 자녀, 처남과 처남의 두 자녀 총 6명은 14억원을 투자한다.

블루코어밸류업 개인 투자자들은 온전히 조 후보자 일가로만 구성돼 있다.

조 후보자는 이 사실을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알았다고 설명했다.

투자 때 코링크 측이 다른 투자자들이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 재산(56억4천만원)의 20%에 달하는 거액 투자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10억원은 분명히 큰돈"이라면서도 "제 처는 오래 전 부모님께 아파트를 증여받았고, 건물을 상속받은지라 자산이 상당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예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갖고 있다가 원래 주식에 투자했던 돈을 (공직자가 개별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고 하니) 다시 주식에 투자한다고 생각했을 뿐 '올인'해서 뭘 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펀드 투자기업 미리 알았나…쟁점으로

사모펀드 투자를 결정한 5촌 조카 조씨는 코링크PE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지점에서 조 후보자 가족이 사모펀드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미리 알고 있었으며 투자에 관여했기에 펀드 운용·투자를 분리하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모펀드 투자기업인 웰스씨앤티는 코링크 투자를 받은 뒤 관급공사를 다수 수주해 2017∼2018년 1년 새 매출액이 74% 늘었고, 서울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 관여도 시도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블라인드 펀드'라는 펀드의 방침상 어디에 투자되는 것인지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돼 있고, 알려주면 불법"이라며 "(투자처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지위를 이용해 웰스씨앤티가 관급 공사를 수주하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관급 공사니, 뭐니 일체 개입한 적이 없다"며 "제가 개입을 했다면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링크가 2차 전지 등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사업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2차 전지 사업은 문재인 정부 이전에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것이지 문재인 정부 때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 5촌 조카 해외출국 경위는 답 안해…"수사 협조 바란다"

조 후보자는 그러나 검찰 압수수색 직전 의혹의 핵심 인물인 5촌 조카와 대표 이씨 등 코링크 관련 인물 3명이 해외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는 경위에 관해선 설명하지 못했다.

조 후보자는 "5촌 조카가 (사모펀드 운용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해외에 나가 있다니 하루빨리 귀국해 수사에 협조해주길 바라고 있다"고만 말했다.

어떻게 투자를 결정했는를 빼놓고는 사모펀드와 관련한 다른 의혹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이유로 말을 아꼈다.

특히 처남이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기 전 코링크PE에 5억원 지분 투자를 먼저 하고 이후 자녀들과 함께 펀드 투자까지 한 사실에 대해선 "처남이 (투자) 피해자라고 하면 검찰 수사에 지침을 주기에 피해자라고 말할 수 없다"며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가족과 관련해 진행되는 사건은 '이 사건이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돼도 이 문제에 일절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검찰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사모펀드 의혹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자료 확보에 나선 상태다.

핵심 쟁점은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처 발굴에 관여했는지, 펀드 운용사가 조 후보자의 영향력을 활용해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하고 관급 사업에 참여하려 했는지 등을 밝혀내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검찰에서 의혹을 밝혀주길 바란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 권한이 있으니 금감원 차원에서 주식 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사모펀드 투자가) 불법이라고 생각했다면 공직자 재산 신고를 아예 안 했을 거다.

다 없애거나 팔거나 정리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또 "이 펀드에 들어간 것 자체가 저로서는 정말 뼈아픈 실수"라고도 말했다.

/연합뉴스